“위기의 한국배구 유소년 선수 육성이 답”

남정훈 2023. 10. 1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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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KOVO 경기운영본부장
선수·해설·감독 모두 정점 오른 뒤
가교 역할 하고자 행정가의 길로
심판 등 경기 운영 제반 책임 맡아
‘판정 불만 무조건 응대하라’ 주문
국제경쟁력 강화 오랜 시간 필요
구단들, 선수 육성 과감한 투자를

선수 시절엔 한국을 대표하는 오른쪽 공격수였다. 별명은 ‘월드스타.’ 현역 은퇴 뒤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후에도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에 경기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해설로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2013년 창단한 OK금융그룹의 초대 사령탑을 맡고 나선 창단 2, 3년 차(2014~2015 2015~2016)에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배구로 맡은 역할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배구인 김세진(49). 지난 7월1일자로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본부장을 맡으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신임 본부장으로 3개월여 일하며 느낀 소회와 행정가로서 이루고 싶은 일들, 그리고 한국 배구의 미래 등을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KOVO 사옥에서 만나 들어봤다.
김세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KOVO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본부장은 “제가 호기심이 많다. 오랜 기간 선수, 감독, 해설가로 활동했으니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행정가라는 또 다른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3개월간 KOVO에 매일같이 출근해 이전엔 알 수 없었던 행정 업무를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 지난 7월 말에서 8월 초 열렸던 구미 KOVO컵 때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게 아니라 발로 뛰어다니며 일했다. 이제 곧 열릴 6개월여간의 대장정인 V리그의 예행연습을 치른 셈이다”라고 지난 3개월을 돌아봤다.

KOVO 운영본부장은 경기위원회와 심판위원회를 총괄하는 자리로, 심판 판정 등 경기운영 제반에 관한 사항을 책임지는 자리다. 선수와 감독을 두루 거친 만큼 김 본부장은 “1점을 위해 그 많은 땀을 흘렸을 선수들의 노력이 판정 하나로 물거품이 되면 안 된다는 게 내 원칙”이라면서 “예전 심판들 사이에선 ‘심판대에 올라가면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들 했다는데, 제 생각은 다르다. 심판 권위는 없다. 중심만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들의 몸에 밴 습관이나 권위 같은 것들을 부드럽게 순화시키는 게 내 역할이지 싶다. ‘일관성 있게, 형평성에 맞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판정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 피하지 말고 무조건 응대를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구는 현재 위기다. 남녀 모두 국제대회에서 ‘참사’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세계 변방인 지는 꽤 오래됐고, 이제 아시아에서만큼은 정상급이라는 자존심마저 아시안게임 ‘동반 노메달’로 사라졌다.
김 본부장은 “국제경쟁력 강화는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운영본부장으로서 선수들의 기술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 만큼 조언을 하자면, 한국 배구의 뿌리가 되는 유소년 배구를 키워야 한다. 신장 좋고 운동능력 뛰어난 어린 친구들이 배구를 선택할 수 있게끔 터전을 만들어야 하고, V리그 구단들이 연고지 초중고교 선수들을 키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제도란 건 없는 만큼, 보완해 나가며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인 구단들에 이익을 포기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라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의 이익이 아닌 10년, 20년을 내다볼 투자를 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종목 인기는 떨어진다. 배구를 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 리그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결국 답은 유소년 선수들 육성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이 당분간 지도자 복귀에 대한 생각을 접고 KOVO에 들어온 것도 유소년 육성 등 배구 관련 제도와 행정을 만질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그는 “KOVO에 와보니 각 구단이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다시 현장 지도자로 복귀한다면 지금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계약 기간은 1년이다. 내년 7월이 되면 그 계약은 연장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김 본부장은 “계약 기간이 1년씩 주어지기에 발 빠르게 움직이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더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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