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불 빼고’ 친환경으로
환경훼손·탄소배출 등 논란
‘오름불놓기’ 행사 없애기로
축제 내용·방식 대대적 개편
새 콘텐츠 위해 내년 쉬어가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앞으로는 ‘오름불놓기’를 뺀 채 열린다. 오름불놓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행사지만 환경 훼손을 불러오고 탄소배출로 기후위기 극복에 역행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데 따른 것이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제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권고안을 반영해 다음 들불축제부터 오름불놓기를 하지 않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 우려가 있는 오름불놓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주의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획부터 축제 운영까지 시민 주도 축제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 등을 위해 2024년 들불축제는 개최하지 않는다. 제주시는 앞으로 축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며, 시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축제 아이템도 공모할 계획이다.
앞서 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3개월간 숙의 끝에 “‘생태·환경·도민 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제주시에 전달했다. 운영위원회는 “기후위기 시대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생태적 가치와 맞지 않는 오름불놓기를 뺀 들불축제 개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국내외에서 불을 주제로 한 유일한 축제였던 들불축제는 내용과 방식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들불축제의 기원은 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목장이나 들판에 불을 놓았던 제주의 풍습인 ‘방애’다. 1997년 당시 북제주군에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들불축제를 개최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에서는 오름에 기름을 뿌려 불을 내는 행위가 환경훼손과 오염을 동반하는 점, 대량의 탄소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 극복과 맞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해왔다. 또 건조한 날씨로 산불 피해가 잇따르는 3월에 지자체가 일부러 불을 놓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산불이 날 위험성 역시 크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올들어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올해 들불축제는 불과 관련한 행사를 모두 뺀 채 열렸고, 지난해에는 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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