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택시기사 유족·동료 “고인이 외친 완전월급제 이행하라”
대책위 “불법 사납금제 여전
서울시, 사업장 전수조사를”
사측 사과·책임자 처벌 촉구도
어릴 적 헤어진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딸은 투쟁을 결심했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아버지 방영환씨(55)는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분신으로 숨졌다. 방씨의 딸 A씨(31)는 11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앞에 아버지의 동료들과 함께 섰다. A씨는 눈물을 삼키며 “지금이라도 마지막 선물을 드린다는 생각으로 아버지가 살아생전 그토록 원하셨던 완전월급제가 이행돼 택시기사들이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던 방씨는 지난달 26일 회사의 임금체불과 ‘월급제 무력화’에 항의하며 분신한 뒤 치료를 받다 지난 6일 숨졌다. 분신은 방씨가 완전월급제 이행을 촉구하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지 227일째 되는 날 벌어졌다.
유족과 ‘방영환 열사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분신사태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택시발전법 위반 사업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서울시를 규탄했다. A씨는 “아버지는 법을 새로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있는 법을 지켜달라고 한 것”이라며 “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택시 사업장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택시회사 근로감독 권한이 있는 서울시와 관할 지자체는 택시노동자들이 수없이 문제를 제기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 말한 이권부패 카르텔 아니냐”고 했다.
이삼형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택시발전법이 2019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제가 없어지니 사람답게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었다”면서 “하지만 서울 시내 전체 사업장 중 법을 지키는 사업장은 하나도 없다. 왜 사람이 죽은 뒤에도 똑같은 요구를 해야 하느냐”고 했다.
2021년 택시회사에 일정 금액을 내는 사납금제 대신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내고 주 40시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완전월급제’가 시행됐다. 사납금을 내고 나면 가져갈 수입이 적은 탓에 택시기사들이 과로에 시달리는 폐해를 고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은 위법한 근로계약서를 통해 사실상 사납금제를 이어가고 있다.
방씨가 근무한 해성운수도 불이익 계약을 요구했으며, 방씨가 서명을 거부하자 주 40시간을 일해도 월 100만원 정도만 지급하는 등 임금체불을 지속했다.
공대위는 사측의 사과와 완전월급제 이행이 이뤄질 때까지 방씨의 장례절차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정원섭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실장은 “유족과 장례절차를 상의한 결과 고인이 원했던 완전월급제가 승리적으로 정리된 뒤 공식적인 장례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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