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납치·유아 참수가 이스라엘 탓? 하마스·반미로 결집한 촛불진보

한기호 2023. 10. 1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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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공격 하마스, 이스라엘 마을 주민 납치·학살 참상
'마르크스주의 표방' 노동자연대, 아랍계 외국인과 집회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이스라엘 공습 규탄…尹정부 비난
反美·反日코드 씌운 '촛불행동'…"하마스는 상해任政"
마르크스주의를 표방, 국내 언론사로 등록돼 있는 진보단체 '노동자연대'는 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 기습에 대응 전면전을 펴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기 전후로 홈페이지에 하마스 지지 논평·기사 등을 게재하고 있다.<'노동자연대' 홈페이지>
11일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과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해방' 주장과 함께 하마스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촛불행동' 대표인 김민웅 목사의 지난 10월9일과 11일 페이스북 게시물 일부 갈무리.

팔레스타인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이스라엘 중·남부 기습 로켓공격,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마을 주민 납치 및 40명 영유아 살해 만행을 벌인 가운데 국내 촛불·진보진영이 적극 응원에 나섰다. 인권운동을 전유물 삼던 태도와 상반됐단 지적이 나온다.

개전 닷새째인 11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거점인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으로 보복을 감행, 양측 사망자만 2100명을 넘어서는 등 참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반미(反美)진영은 전면전 확대 전부터 일부 정파가 아닌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전쟁이라면서 이스라엘 비난에 입을 모았다.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 '노동자연대'는 11일(한국시간)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측 추산 약 200명(한국인 50명·아랍계 외국인 150명)이 모여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팔레스타인에 승리를' 등이 적힌 팻말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항의 집회를했다.

노동자연대 청년활동가 양선경씨는 "한국 정부도 이스라엘을 편들고 나섰다"면서 "(이스라엘은)식민지 조선을 억압한 일본에 무장항쟁으로 맞선 독립운동가를 역사에서 지우려는 윤석열 같다"며 "윤석열은 이번에도 억압자들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보고 가해자라 비난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 학생들처럼 한국 대학생들도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로 팔레스타인에 연대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버드 아랍계 의·치의대 학생회', '하버드 이슬람 학회',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하버드 로스쿨', '아랍 학생회' 등 미 하버드대 학생 모임의 이스라엘 비난성명을 가리킨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는 "가자지구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잘 안돼서 걱정된다"며 통신 두절 우려를 밝혔다. 이집트인 압둘라씨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똑같은 일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서방 언론들은 어디에 있나"라며 가자지구 거주민 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유를 보내는 행인들도 있었다. 한 한국인 남성은 "그럴 거면 가자지구에 가서 살아라"라고 소리쳤고, 일부 외국인 여성은 "이스라엘을 해방하라(Free Israel)"라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사거리를 거쳐 주한이스라엘대사관까지 행진해 항의서한을 제출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노동자연대 집회에 앞서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를 이어온 '촛불행동'의 대표 김민웅 목사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하마스의 공세가 기고만장하던 이스라엘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응원하며 "이스라엘은 극우 네탄야후(총리), 우리는 윤석열(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웅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치정부에 '미국 원주민 보호구역'처럼 갇혀 산다고 주장하면서 "국내 보도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 일색이다. 식민지 해방투쟁의 역사를 가진 나라로서 무지하고 수치스러운 작태"라며 "일본 제국주의 강점을 옹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와 자세"라고 강변했다.

반일(反日)감정 정치논리와 연계도 이어갔다. 그는 하마스에 대해 "자치정부로 그쳐버린 팔레스타인 해방전선(PLO)를 비판하고 온전한 자주독립을 외치고 있다"며 "우리 역사로 치면 광복군이라는 무장조직을 가진 상해 임시정부인 셈이나 미국과 서방언론들은 이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례적인 선제공격과 전쟁 상황을 두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장공격은 일상", "네탄야후의 팔레스타인 말살정책은 인종청소에 버금가는 범죄"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런 현실에 대한 무장반격"이라고 적극 옹호했다.

그는 "해법은 '두 국가' 정책"이라며 "그 해법은 한반도에서도 동일하다. 그건 '한 민족-두 국가체제'의 가동이다. 같은 민족인 동시에 대한민국과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이 자칭하는 국가명)의 국가적 관계교섭이 필요한 것"이라면서 "한미일 전쟁동맹은 기본적으로 대북 침략노선의 실체"라는 지론을 폈다.

한편 미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공격으로 수백명이 참살당한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마을 현장을 방문해 참상을 전했다. 특히 미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어린이들과 여성들이 목이 잘린 채 숨져 있는 모습을 이스라엘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 누적 사망자는 1200명을 넘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남부 지역의 한 키부츠(농업 공동체)에서 영유아만 최소 40명 몰살됐다고 외신에 공개했고, 그중 일부는 참수됐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가자지구로 납치된 주민도 15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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