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지훈 "다 싫어하는 버닝썬 사건 모티프, 고민했지만 감독 믿었다" (종합) [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배우 김지훈(42)이 넷플릭스 새 영화 ‘발레리나’에서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자로 변신했다. 그간 영화계에서 비교적 활동이 적었던 그가 예상 밖 최종 빌런으로 신선함을 안긴다.
김지훈은 11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완성본은 너무 마음에 든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최 프로 캐릭터와 저를 동일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레리나’(각본연출 이충현, 제공 넷플릭스,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 분)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 분)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 프로(김지훈 분)를 쫓으며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감성 액션 복수극. 이달 6일 공개돼 현재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훈은 이날 “출연하기 선뜻 고민이 되는 캐릭터였다. 저도 악역을 했었지만 이전에 해봤던 살인자보다 죄의 무게는 더 가벼울 수 있어도, 감정적으로 더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이 혐오할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 출연여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저희 소속사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해서 그런지 ‘신중하게 결정하자’고 하더라. 근데 저는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고 이충현 감독님과 전종서 배우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어서 했다”며 “최 프로가 악역이지만 제 필모에 흑역사가 되지 않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캐릭터상 핸디캡은 있지만 제가 배우로서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다 싶었다”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다른 악역은 어떻게 하면 더 악랄하게 보일지 고민했었지만 최 프로는 달랐다. 최 프로가 겉으로는 멀쩡하다. 그래서 무서운 척보다 멋있는 척을 했다. 초반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적으로 구차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옥주 앞에서 울면서 빌고, 말이 안 통하니까 협박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말에 가선 초반에 보여줬던 멋진 얼굴과 상반되길 바랐다.”
김지훈은 전작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에서 만났던 배우 전종서(29)와 한층 더 편안해진 관계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종서에 대해 김지훈은 “저와 많이 다른 사람이다. 처음엔 이해하려고 했는데 이해가 아닌 그냥 받아들이게 됐다.(웃음) 그 다음부터 서로 가까워진 거 같다”며 “전종서는 너무 훌륭한 예술가다. 연기도 예술의 일환인데 저 같은 사람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무언가 이뤄내고 인정받는다면, 전종서는 있는 그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그게 예술이 되는 사람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 친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게 됐다”라고 칭찬했다.
전종서와 가까워진 계기에 대해 “‘종이의 집’을 촬영할 때 전종서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전종서가 이 감독님, 여러 지인들과 모여서 술 한 잔 안 마시고 건전하게 보드게임을 하더라. 저도 집이 가까우니까 ‘심심하면 놀러오라’고 해서 어울리게 됐다. 제 집에서 쉬고 있어도 거리가 가까워서 왕래가 쉬웠다”고 밝혔다.
김지훈은 평소 체지방 10%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데, ‘발레리나’에서 맡은 최 프로 캐릭터를 위해 운동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평상시에도 체지방은 무조건 1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입금 전후에도 몸매 차이가 별로 없다. 일을 안 한다고 해서 나태해지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따져서 새 작품에 들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관리하는 건 없다. 평상시에도 기본적으로 몸매가 잡혀 있다. (기상 후) 공복 운동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오히려 살을 찌우는 게 더 어렵다.”
‘발레리나’에서 최 프로는 클럽으로 놀러가며 지인에게 “거기가 여자 애들이 더 잘 주잖아~”라는 말을 한다. 이 같은 그의 대사를 통해 가수 승리·정준영 등이 연루됐던 불법촬영물 제작 및 유포 사건과 ‘N번방’, ‘박사방’ 등 성착취 유포 사건이 떠오른다.
이날 그는 “나이가 들면서 뉴스를 많이 보게 됐다. 익히 많이 알고 있는 (버닝썬) 사건을 감독님이 모티프로 삼아서 영화로 만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떠오르는 인물도 있다. (버닝썬 게이트나 N번방 사건 등은)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사건이고 인물들이지만 이충현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했다. ‘배우 김지훈을 망가뜨리진 않을 것’이라는 감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시작을 했다”고 털어놨다.
최 프로 캐릭터에 대해 그는 “이 감독님과 최 프로 캐릭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시나리오상에 이미 자세히 나와 있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어떻게 하자고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인물에 저라는 사람을 이입해서 봐주신 관객들은 없는 거 같다. 우려하고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게 감독님을 믿었던 이유”라며 “(최 프로의 죄질이 불량한데 비주얼까지) 보기 싫으면 안 되니까 감독님이 더 멋있게 연출을 해주셨다. 그가 너무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만 초반에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저를 최 프로 역할로 캐스팅해 주셨던 거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지난 2002년 KBS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위대한 유산’(2006), ‘며느리 전성시대’(2007), ‘우리 집에 왜 왔니’(2008), ‘연애결혼’(2008), ‘천추태후’(2009), ‘왔다! 장보리’(2014), ‘도둑놈 도둑님’(2017), ‘악의 꽃’(2020) 등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해왔다. 영화는 ‘나탈리’(2010)와 ‘역모-반란의 시대’(2017) 이후 ‘발레리나’가 세 번째 작품.
‘그간 영화계에서 기회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저는 늘 영화에 대한 마음은 있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배우로서 전략 없이, 눈앞에 주어진 것들에만 최선을 다했다. 어떤 역할이든, 어떤 작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저한테 어떤 이미지가 씌워졌다. 영화는 고사하고 당대 ‘핫’한 드라마에 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더라. 열심히 달렸지만 이상한 궤도로 달렸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지훈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방향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건 아니지만. 그때가 배우로서 제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연기는 내가 너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이어서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사람들에게 낙인 찍힌 채 거기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다. 나 스스로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고, 나한테 더 멋진 모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많이 가지 못했지만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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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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