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쏟아지는데 탈출구 막혀…‘가자 감옥’이 생지옥 됐다
식량·연료 끊긴 주민들 ‘공포’
환자 넘치지만 병원까지 피해
EU “전면봉쇄, 국제법 위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가자지구 주민들은 공습과 봉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참혹한 전쟁의 피해는 이번에도 죄 없는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당하게 됐다.
11일(현지시간) BBC,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과 전면 봉쇄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상을 전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발생한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집, 학교, 병원, 통신회사, 도로 등 민간시설과 필수시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하마스 매체 보도를 인용해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가 멈춰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날까지 어린이 260명을 포함해 950명 이상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5000명에 이른다.
가자지구의 리말 지역에 거주하는 모하메드 아부 알 카스는 어린 딸을 안고 “더 이상 쉴 곳도, 일할 곳도 없다”고 BBC에 말했다. 이어 “내 집과 식료품 가게도 이스라엘군의 표적이냐”면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10%인 26만3000명 이상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과거와 달리 이번 공격에는 민간인들에 대한 사전 경고도 없었다. 가자지구의 한 언론인은 “가자지구에는 지금 안전한 곳이 없다”며 “폭격으로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정말로 내 목숨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병원 등 의료시설, 구급차도 피해를 입었다.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의사들도 공습으로 수술을 중단하는 등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최대 병원의 한 의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본 상황 중 최악”이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대변인은 “가자지구 병원들은 억압적인 포위 공격으로 매우 위태로운 상태”라며 “이로 인해 의약품, 의료도구 및 연료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의 의료활동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조치로 물, 식량, 연료, 전력 등 생계를 위한 필수품도 끊기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도 심화하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전화와 인터넷도 끊겼다. 가자지구 주민 와드 알 무그라비는 “21세기에 전기와 물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면서 “우리 아기의 기저귀도 떨어지고, 우유도 반병밖에 남지 않았다. 내 아이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느냐”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주요 통로인 에레스 교차로는 폐쇄됐고, 이집트로 통하는 교차로이자 가자 주민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라파 통행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차단되면서 탈출이 막혔다.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은 식량과 전기도 없는 곳에 갇힌 셈이다.
유럽연합(EU)과 유엔 등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일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면서 전력 및 식료품 공급 등은 중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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