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맘속 MVP”…가을밤 촉촉이 적신 안세영 ‘금빛 투지’

서다은 2023. 10. 1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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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으니까 되더라고요."

누리꾼들은 "우리 맘 속 MVP는 안세영"이라고 입을 모았다.

포기를 강요당하는 현실, 안세영의 꺾이지 않는 열정은 신선한 충격에 가깝다.

그는 아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때가 되면 '안세영 시대'를 선언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내외적으로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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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에 맞서고 있다. 항저우=뉴시스
 
“포기하지 않으니까 되더라고요.”

쓰러져도 일어났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정신력으로 기어이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에게 대한민국이 열광하고 있다. 불꽃축제로 서울의 밤하늘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던 10월의 주말 저녁, 국민의 가슴은 포기를 모르는 21살 청년의 열정으로 젖어들었다.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25·중국)를 누르고 단체전에 이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세영의 단식 결승전을 본 누리꾼들은 “경기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울면서 봤다”, “어린 선수에게 삶을 배웠다”며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7일 저녁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등 마지막 결승전이 끝나기 전에 마감된 MVP 투표에 대한 불만도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우리 맘 속 MVP는 안세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 1세트, 18:16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의 드라이브를 받아낸 뒤 안세영은 무릎을 부여잡았다.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났다는 그의 부상은 힘줄 파열이었다. 관중석에 있던 그의 어머니는 “기권하라”고 외쳤지만 포기는 없었다. 다시 코트에 선 안세영은 랠리전을 펼쳐 천위페이의 체력을 떨어뜨렸다. 2세트는 내줬지만 체력이 고갈된 천위페이는 3세트에서 안세영의 끈질긴 수비에 말 그대로 발이 묶여 버렸다. 자신의 체력을 믿었기에 가능한, 영리하고 대담한 플레이였다.

그는 “다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뛰었다”며 “아팠지만 포기하지 않으니 기회가 오더라”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안세영은 지난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도쿄 올림픽에서 모두 천위페이에게 패해 탈락했다. 천적이었다. 벽처럼 느껴지는 상대 앞에 그는 “난 천위페이를 이길 수 없는 걸까?”라며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포기는 없었다. ‘배드민턴은 나의 모든 것’이라던, 15살 중학생 신분으로 성인들을 이기고 국가대표가 된 이른바 ‘천재소녀’는 사실 ‘노력의 천재’였다. 매년 성장한 끝에 안세영은 올해 전영 오픈 등 세계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유망주’에서 적수 없는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세계 무대를 제패한 후 안세영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꿈을 꾸니까 꿈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서울 하늘이 어느 때보다 밝았던 그날 밤, 가장 빛나는 별이 누구였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의 유행 이면에는 결혼을, 취직을, 자식 갖기를, 내집 마련을, 노년의 평안을, 행복을 포기하는 이들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스며있다. 포기를 강요당하는 현실, 안세영의 꺾이지 않는 열정은 신선한 충격에 가깝다. 그는 아직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때가 되면 ‘안세영 시대’를 선언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내외적으로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안세영은 또 하나의 꿈을 꿀 것이다. 바로 지금, 가을밤처럼 은은하고 선명하게 그는 우리를 깨우고 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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