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로 변한 연준?…국채 금리 안정에도 남은 리스크[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10. 11. 2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가 10일(현지시간) 국채수익률 하락에 따라 상승했다,

미국 증시는 국채수익률이 지난 6일 장 중에 4.89%로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그 때부터 이날까지 3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지수는 10년물 국채수익률 급등으로 지난 5일까지 3주일간 5.5% 하락했다.

이후 6일부터 10일까지는 미국 하원의장이 부재한 정치적 혼란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도 3거래일 연속 오르며 총 2.3% 반등했다.

S&P500지수는 10일 한 때 1% 이상 오르다 0.5%로 상승폭을 줄인 채 마감했다.


국채 금리 하락 반전, 이유는?
증시 하락과 뒤이은 반등은 모두 국채수익률의 변화에 따라 이뤄졌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8월과 9월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6일 장 중에 4.89%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 반전했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지난 7월 말부터 지난주말까지 1%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지난 6일 국채수익률이 고점을 찍은 뒤 상승폭을 줄인 것은 오를 만큼 올랐다는 판단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데다 지난 9월 고용지표가 보기 만큼 나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예상보다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실업률이 예상치를 웃돌고 평균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예상치를 하회해 고용시장 여건이 크게 빠듯해진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10일에는 중동의 전쟁 상황으로 안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며 글로벌 매수세가 유입된데다 최근 연준(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이 잇달아 비둘기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이 국채수익률 급락을 유발했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64%로 내려왔고 2년물 국채수익률은 4.94%로 지난 9월13일 이후 처음으로 5%를 하회했다.

"연준, 추가 긴축 필요 없을 수도"
최근 연준 위원들은 국채수익률 상승이 수요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5일 "금융 조건은 지난 90일간 상당히 긴축됐는데 이런 긴축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지난 9일 "추가적인 통화 긴축의 정도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금융 조건이 긴축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미래의 정책 경로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도 지난 9일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올라가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방기금 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10일 단도직입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오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15.7%로 낮아졌다. 오는 12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29.2%로 내려갔다.

연준 매파도 금리 급등에 "당황"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하트넷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11월이나 12월, 내년 1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채 매도세가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이 지난 9일에는 중동 전쟁 우려에 4% 급등했다가 10일 하락 반전해 85.97달러로 내려오자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충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도 나왔다.

다만 연준 내 매파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10일 경제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더 강하게 밟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국채수익률 상승세만큼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최근 국채수익률이 급등한데 대해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국채수익률 상승의 이유로는 투자자들이 향후 10년간 경제가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 정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 발목 잡는 악재들
국채수익률이 안정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증시가 이제 하락세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중동의 전쟁 상황이 악화하면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고 이번주 시작하는 3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미국 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업무 중단(셧다운)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도 있다.

여기에 경제가 아직까지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결과로 결국엔 침체에 빠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는 10일 CNBC와 인터뷰에서 "증시는 전형적으로 경기 침체 직전에 12%가량 하락한다"며 "이 일이 어느 수준에서 어떤 시점에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의 결과로 초래될 경기 침체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 미국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을 유망하게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빅테크주, 성장주면서 방어주?
다만 증시가 어떤 이유로 약세를 보인다 해도 빅테크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울프 리서치의 전략가인 크리스 센옉은 10일 "매그니피센트 7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중기적인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에 대해 방어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간주되는 만큼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들 기업이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 또는 시장 컨센서스를 밑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하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그니피센트 7은 대표적인 대형 성장주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플랫폼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막대한 기업 규모와 뛰어난 기술력, 플랫폼 영향력, 꾸준한 현금 창출 능력으로 환경이 어려울 때 오히려 가장 안전한 피난처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CNBC가 집계하는 매그니피센트 7 지수는 올들어 90% 폭등한 반면 S&P500지수는 13% 올랐다. 지난 9월 증시 조정 때는 S&P500지수가 2% 이상 하락한 반면 매그니피센트 7은 0.5% 올랐다.

11일 증시 주요 일정
한편, 11일에는 국채수익률과 증시 방향에 영향력이 큰 지난 9월 생산자 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발표된다. 지난 9월 PPI는 유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전월비 0.3%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의 전월비 상승률 0.7%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9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오는 12일에 발표된다.

최근 연준 위원들의 온건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에는 대표적인 매파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오후에는 지난 9월에 열린 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시장은 9월 FOMC를 통해 연준 위원들이 금리를 올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올린 후 내년에는 덜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결과 지난 9월 FOMC 이후 미국 장기채 금리의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FOMC 의사록을 통해 연준 위원들이 경제와 인플레이션,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좀더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