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문정복이 막는데도 짐싸는 김행…사상 첫 `청문회 엑시트` 순간
◇A컷
막아서는 문정복, 짐싸는 김행…사상 첫 '청문회 엑시트'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상 처음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뜬 국무위원 후보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한 사례는 2000년 6월 16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5일 밤 10시40분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자리를 떴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를 정회한 뒤 6일 0시 이후 차수를 바꿔 청문회를 속개했으나 김 후보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청문회는 그대로 산회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 중도 퇴장으로 스스로 국무위원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지명 철회를 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편파적 청문회 운영으로 파행된 것이라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김 후보자는 이후 여가부 폐지를 두고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퇴장)하겠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빗대 '청문회 엑시트' 논란을 불렀고, '김행랑'(김행+줄행랑), '김행방불명'(김행+행방불명) 등의 오명을 썼다.
◇B컷
"그런 자세를 유지할 거라면, 사퇴를 하든가요" 성낸 권인숙"감당못하겠으면 사퇴를 하든가요."
김 후보자의 '청문회 엑시트'를 촉발한 한마디는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의 발언이었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자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자녀의 재산 문제를 두고 신경전이 길어지자 중재에 나서면서 김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이같이 말했다.
장 의원은 김 후보자가 딸과 사위를 통해 부당하게 재산을 은닉하고, 증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이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김 후보자는 이를 거부하면서 "고발하라"고 충돌했다.
권 위원장은 김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의 의미를 망각한 것 같다.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서,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는 고발하라고 반발하는 건 정말 적절치 않다"며 "지금 상황은 후보자가 자초한 거다. 그러면서 여기서 고발하라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질책했다. 김 후보자가 이어 "저를 형사범으로 몰고 있다. 제가 여기 와서 지금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반발하자 권 위원장은 "이런 식의 태도를 유지하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사퇴를 하든가, 자세를 그렇게 가지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경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위원장이 청문회를 편파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나가자'고 손짓하자, 김 후보자는 자료 등을 정리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따라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위원장이 단독으로 청문회 일정을 의결하고, 일방적으로 차수 변경을 해 속개하는 등 편파적인 운영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공직 후보자, 증인, 참고인, 등이 있을 때는 의사일정 협의 전 미리 공직후보자나 증인 등의 의견을 들어 의사일정을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권인숙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평소 권 위원장의 성품을 봤을 때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너스컷
의원들과 사진 찍는 이재명, 시민들과 사진 찍는 한동훈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채 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표결에 참석하고자 국회 본회의에 출석했다. 장기간의 단식으로 녹색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처음으로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녹색병원에서 택시를 타고 국회 본청 앞으로 이동한 뒤 지팡이를 짚은 채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조정식 사무총장 등과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이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나눴고, 일부 의원은 이 대표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이 대표는 이날 채 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을 마친 뒤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 본회의장을 나섰다. 이 대표가 국회에 머문 시간은 27분이다. 이 대표는 이후 9일 오후 6시쯤 퇴원해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며 공식적으로 당무에 복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확인했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감상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공연장에서 한 장관을 발견한 시민들의 사진 요청이 쏟아졌고, 한 장관은 일일이 촬영에 응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높은 인기를 누렸다는 목겸담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한 장관의 행보가 '총선용'이라고 해석했다.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회자가 한 장관의 행보에 대한 논평을 요청하자 "한 장관은 지금 관료라기보다는 정치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이유가 있다"며 "다른 건 없다. 지금은 다 총선(이 이유)"이라고 말했다.
현 부원장은 이어 "한 장관 입장에서 본인이 예술의 전당에 갔을 때 사람들이 알아보고 이슈화가 될 거를 모를 리가 없다. 안 그럴거면 그냥 조용히, 모자 같은 거 쓰고 (시민들이) 못 알아보게 조용히 가지 저렇게 남들이 알아보게 가지 않는다"고 의도된 행보라고 판단했다. 또 예술의전당이 서초동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현 부원장은 "강남, 서초, 송파는 국민의힘에 완전히 좋은 자리"라며 "(한 장관의 행보는)총선에서 서초·강남을 염두에 둔 정치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같은 라디오에서 한 장관의 예술의전당 나들이는 문화생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실장은 "대중들이 그냥 있는 그대로 어떤 지지와 어떤 응원을 한 것 같다"며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 부원장이 총선 행보라고 주장한 것에는 "한 장관의 거주지가 강남 쪽이다. 남부순환대로 타고 오면 예술의전당까지 10분이면 가는 가까운 거리다. 문화생활을 하는데 뭐하러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가느냐"며 "욕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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