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맵기 몇 단계?"…마라탕에 점령당한 대치동 학원가 [현장+]
그럼에도 인기 장기화…학원 인근 맛집 '북적'
'위생 논란'에 '오픈 주방' 형태도…'청결 강조'
몇 년 사이 인기 메뉴로 급부상한 '마라탕'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매장 곳곳에서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마라탕 전문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11일 점심시간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인근에 있는 한 마라탕 전문점에는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책가방을 맨 초등학생 무리까지 여럿 포착됐다. 이들은 "오늘은 맵기(마라탕 매운 정도) 몇단계 먹을 거냐", "재료는 무엇을 담을 거냐"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라탕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들어온 학생들도 하나둘 가방을 풀고 '셀프 재료 담기' 코너로 달려가 함께 좋아하는 재료를 골라 담기 시작했다.
마라탕은 고추, 산초, 초피나무 열매, 팔각, 정향 등 향신료로 향을 낸 기름에 육수를 부은 뒤 청경채 등 채소, 고기, 버섯, 어묵, 해산물, 두부 등 각종 식자재를 넣고 끓인 중국식 요리다. 맵기는 순한 맛부터 신라면 정도의 매운맛, 불닭볶음면 정도의 강한 매운맛, 애호가들을 위한 매운맛 등 1~4단계로 나뉜다. 수십 가지 재료 중 원하는 것들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학원들이 즐비한 한티역 인근에만 약 7개가량의 마라탕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모여 있었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박모 씨(41)는 "언젠가부터 대치동 학원가 주변에 마라탕 가게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요즘 애들이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우리 아들은 (가게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좋아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딱히 반갑지 않다"고 털어놨다.
학원가 안쪽 골목의 한 마라탕 전문점에서는 한때 학생들이 몰려 직원이 분주히 조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곳의 '셀프 재료 담기 코너'에서는 마라탕 관련 위생 안내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게 측은 '주의'라는 문구를 크게 기재하고, "야채 고르실 때 머리카락이 닿거나 들어갈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 써 달라"며 "머리카락이 바구니에 떨어지는 현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은 지난 6월 기준 전국 가맹점 216곳 중에서 11곳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해당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위생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마라탕 프랜차이즈 상위업체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매장 수 대비 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탕은 2018~2023년 6월 상위 8개 브랜드 매장 600개 기준으로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가 총 119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위반유형은 '기준 및 규격 위반'으로 54건이었으며, '위생교육 미이수' 및 '건강진단 미실시'가 각 12건으로 다음 순서로 많았다. 가장 많이 위반한 유형인 '기준 및 규격 위반'은 식품 내 이물질 혼합, 보존 및 유통기준 위반 등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학생들은 "원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일찍 하교했다는 고등학생 이모 양(17)은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친구랑 먹으러 오는 음식이 됐다"며 "인터넷에서 마라탕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주방까지 더럽다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엄청 신경 쓰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양은 "먹으면서 여태까지 더럽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라고도 했다.
인근 재수학원에 다닌다는 황모 씨(20)는 "이제 마라탕은 별생각 없이 먹으러 오는 점심 메뉴가 됐다. 친구들과 '오늘 뭐 먹지?' 하면, '마라탕!' 이렇게 척척 합이 맞기도 한다"고 했다. 이 학생도 위생과 관련, "최대한 인터넷 후기를 통해 깔끔한 가게를 찾아가려고 하는 편"이라며 "매장에서 주문할 때 주방을 살펴보면 깨끗해 보이는 곳들도 많다"고 전했다.
잇따른 마라탕의 위생 논란에 '오픈 주방' 형태로 손님들이 조리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게 해둔 곳도 있었다. 아예 건물 외벽 인테리어의 일부로 '오픈 주방이라 청결함이 눈으로 확인된다'는 점을 강조한 가게도 있었다.
한 마라탕 배달·포장 전문점은 "오픈 주방에서 조리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청결 주방을 지키고 있다"며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해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나 항상 신선한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믿고 드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가게는 지난해 6월 식약처 인증 위생 등급 '좋음' 음식점을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른 마라탕 전문점도 "최상의 재료들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리 중"이라며 "세스코 계약 업체로써 매장 방역 및 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석 의원은 "10대가 가장 선호하는 배달 음식 중 하나가 마라탕이라고 하는데 해당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식품위생이 더욱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며 "특히 마라탕 등 새로운 식품 유행이 생길 때마다 프랜차이즈 매장 수도 갑자기 늘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건수가 급증하는 만큼 더욱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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