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걸핏하면 뛰쳐나가고 싸우는 장관들, 국회·국민 무시다

2023. 10. 11. 19: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장관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의원들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며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고, 여당 의원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 도중 뛰쳐나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국감을 무시하는 장관들의 상식 밖 언행이 계속되고 있다.

11일 법무부 국감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누락 신고, 김행 후보자의 주식 파킹·딸 주식 논란의 부실한 인사검증에 대해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기계적 자료 수집만 한다”는 말로 계속 의원 질의를 비켜갔다. 사법수장의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서는 “입맛에 맞는 사법부를 구성하기 위한 당리당략”이라며 입법부 결정을 폄하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을 공격·자극하는 말로 수차례 말썽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감장에서 똑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난 10일 국방부 국감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팻말을 문제 삼아 여당 의원들이 퇴장했는데, 오후에는 신원식 장관마저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아 야당의 항의를 받았다. 결국 이날 국감은 파행됐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 국감에서 원희룡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대해 ‘그건 전문가에게 물어봐라’ ‘(잘못되면) 책임지겠다’는 고자세로 일관했다. 원 장관은 종점 변경으로 하루 6000대의 교통량이 증가할 거라는 예상 근거를 의원들이 물어도 똑같은 답을 되풀이하다 상임위원장으로부터 ‘답변 부실’을 지적받았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는 상임위원장이 정황근 장관에게 “싸우러 온 건가 답변하러 온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장관들에게 싸우라고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의회 설득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야당과의 협치를 노골적으로 피하고 있으니 장관들의 도 넘은 행태가 줄 잇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책임 여당조차 이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청문 후보에게 함께 퇴장하자고 하거나, 국감에 집단으로 불참해 은근히 장관 불출석을 종용하는 것은 여당 스스로 입법부의 역할과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헌법은 국회가 국정을 감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국감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며 질문의 본질을 흐리려는 장관들의 언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국감을 방해하고 무력화하려 한다면 국회 무시를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