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故표예림 씨 미완의 꿈…공소시효 개정 논의 다시 불 붙나

극단 선택 전 관련 조항 바꾸려 힘 써

- 김영배 의원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 피해자 성인 된 뒤 시효 시작이 핵심

12년 동안 당했던 학교 폭력 피해를 유튜브와 언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던 표예림(27) 씨가 극단적 선택(국제신문 11일 자 10면 보도)으로 유명을 달리한 가운데 생전 고인이 힘써 주장한 학교폭력 공소시효 개정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신속 심의하는 방안을 위원회에 제안했다. 해당 개정안은 학교폭력 공소시효를 피해 학생이 성년이 될 시점부터 진행하는 걸 골자로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 종료 이후 열리는 법안 심사 위원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위해 힘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연내 논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생전 표 씨는 학교폭력 공소시효 조항 개정을 위해 애썼다. 지난 4월 학교폭력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처럼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즉각적인 범죄 대응이 힘들고, 성인이 된 후 가해자 처벌을 원해도 폭력(5년), 특수상해(7년), 강제추행(10년) 등 공소시효가 길어야 10년이라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표 씨의 국민청원은 9일 만에 5만 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표 씨는 국민청원에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가 성인이 됐을 때 공소시효가 피해자의 앞길을 막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법체계에서 학교폭력 공소시효 폐지는 논의 진척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표 씨도 폐지 대신 공소시효 시작 시점을 피해자가 성인이 된 이후로 연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러한 표 씨의 노력은 김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표 씨는 올해 초 학교폭력 피해자가족협의회를 찾아 다른 피해자와 연대할 방안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남 협의회 관계자는 “표 씨가 힘든 상황임에도 다른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등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학폭 공소시효 시점을 피해 학생이 성인이 된 후로 하면 보복이 두려워 문제 제기를 못했던 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표 씨는 지난 10일 낮 12시57분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유튜버 A 씨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앞둔 상태였다.

표 씨는 유튜브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동영상을 올려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저를 저격하며 다중의 익명으로 인신공격 및 흔히 말하는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게다가 도를 넘어 저의 학교 폭력을 거짓이라 주장한다”며 “이젠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자신이 없다. 삶을 지속해야 할 어떠한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