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놔” “못 준다”…앱 완성도 놓고 개발사-운영사 소송전

서비스 완성도 놓고 충돌
法 “완성도 따라 보수 줘야”

모바일 앱 기반의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개발 대금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앱 완성도가 당초 계획과 다르다는 이유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다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11일 매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9-3민사부(재판장 배용준)는 앱 개발사 ‘기술자들’이 뷰티·패션 큐레이션 플랫폼 운영사 컬러즈를 상대로 낸 용역비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술자들이 개발한 앱은 비록 미완성이나 컬러즈의 기술 제공·협력 등이 있었으면 무난하게 완성 단계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용역대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기술자들은 2018년 8월 컬러즈와 계약을 맺고 패션 큐레이션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총 8억원이었다.

기술자들은 2018년 12월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다. 컬러즈는 이듬해 1월 이 앱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개최했고 총 4회에 걸쳐 용역대금 1억23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용역대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기술자들은 용역대금을 주지 않자 계약을 해지한 뒤 소송을 제기했다.

컬러즈는 당초 계약에서 정한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컬러즈와 기술자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된 사람의 색상 검출 기술 ▲앱에서 사용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코인 ▲앱에서 개인고객들이 활동하면서 받는 보상 성격의 포인트 기술 등이 담긴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코인·포인트 관련 서비스는 컬러즈가 고객 정보와 개인정보 암호화 기술을 제공해야 개발이 가능했다. 그러나 컬러즈는 기술자들에 해당 정보와 기술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술자들은 일부 기능만을 탑재한 앱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컬러즈가 추가로 요구한 핀글 서비스도 탑재했지만 용역대금은 받지 못했다. 이는 사용자가 게시글을 올릴 때 자신의 위치를 태그하고 주변 10km 소식을 알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능이다.

컬러즈는 쇼케이스 당시만 해도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안내했다.

법원 전문심리위원은 이 앱의 완성도가 최대 70%라는 의견을 냈다. 핀글 서비스가 시연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됐고 50% 수준의 완성도를 보인다는 증언도 나왔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앱의 완성도를 최소 50% 수준으로 봤다.

대법원은 앞서 소프트웨어 개발 도중 계약 해제로 미완성된 부분이 있다 해도 완성도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러 약간만 보완해 사용할 수 있다면 완성도를 고려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내놨다.

1심은 기술자들 손을 들어줬고 2심 판단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앱 중 미완성된 부분은 컬러즈의 기술 내지 정보 미제공으로 인해 개발 범위에서 제외된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결정적으로 이 앱 개발이 중단된 이유는 컬러즈가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기술자들이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완성된 부분은 도급인인 컬러즈에 충분히 이익이 됐다고 판단된다”며 “컬러즈는 기술자들에 앱 개발 업무를 이행한 부분에 대한 보수로서 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 중 50%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기술자들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용역대금 전액을 요구했던 만큼 50%만 지급하라는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도 자사 앱의 대리운전 서비스 개발을 맡은 업체와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1심은 티맵 대리운전 서비스를 개발한 이루온씨엠에스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34민사부(재판장 이명철)는 “티맵은 프로그램 성능검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전화호출을 통한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티맵의 시장 진출이 제한되자 이루온이 개발한 프로그램 사용계약을 종료하려던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티맵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의지를 밝혔다.

반대로 개발사가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지 못해 돈을 토해내는 사례도 있다.

한 업체는 퀵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맡겼다 결과물을 받지 못해 소송에 나서야 했다. 법원은 개발사의 책임을 물어 이 업체로부터 지급받은 대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