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R&D예산 효율화"vs野 "졸속 삭감, 혼란"...과방위 국감 '난타전'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이 예산 삭감에 따른 연구 현장의 혼란을 지적한 가운데 일부 여당 의원은 내실을 다지기 위한 구조개혁 과정이란 의견을 내세웠다.
● 야당 의원들, '카르텔' 발언·삭감사업 기준·과학계 사기저하 지적
내년 R&D 예산안에서 집중적인 질의가 쏟아진 대목은 삭감 근거로 지목된 'R&D 카르텔'이란 표현이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산집행에도 카르텔이 개입돼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일명 '카르텔 발언'에 대해 국회 과방위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D 예산이 삭감되고 카르텔이란 말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짐을 싸서 연구기관을 떠난다는 사실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며 "이것에 가장 많은 책임을 지는 사람은 장관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윤 대통령이 말한 카르텔이 무엇인지, 예산 삭감 대상이 된 모두가 카르텔이라고 보면 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들 의원은 공통적으로 카르텔 발언이 젊은 연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지적했다.
카르텔 발언에 대해 이 장관은 "일단 대통령이 R&D 카르텔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R&D 카르텔은 '나눠먹기' 등 연구비를 쉽게 받기 위해 불법적인 요소가 들어간 것"이라며 "모두가 R&D 카르텔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카르텔 측면이 있다"고 답변했다.
연구 현장의 관행을 지적하는 일련의 표현과 예산 삭감안 자체가 연구 현장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동안 제도 개선을 계속해왔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번 예산삭감안 당초 업무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졸속삭감'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허숙정 의원은 "6월 발표된 예산안은 2% 증액안이 맞지 않나"라며 삭감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예산안은 5월달에 이뤄졌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예산 삭감안의 경우 두 달간의 긴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나친 경쟁구조로 오히려 R&D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도 질의 안건으로 등장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D 예산집행의 가장 비효율적인 PBS에 대해선 언급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출연연 칸막이 낮추기 등 고민도 했는데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산 삭감에 따라 젊은 연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삭감안에 대해 "출혈적이고 폭력적인 편성 과정이었다"며 "젊은 연구자와 신진연구자에 대해 문제 없도록 배려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약한 사람들의 예산을 버린 꼴이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R&D 삭감 도미노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이라며 "랩주니어들은 학비 때문에 과외 알아보고 있으며 과제비 10~20% 밖에 주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에 이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의 기준은 선택과 집중이었다"라고 답했다.
젊은 연구자들에 대해 언급할 때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이 장관은 "미래 세대인 젊은 학생들이 본연의 생각을 가지고 창조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예산 삭감안의 기준에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독 입찰사업이나 경쟁률이 낮은 사업 대다수가 증액됐고 외부 지적사항이 없는 사업이 오히려 예산이 대폭 삭감돼 황당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단독입찰사업이 감액된 사례는 국토교통부가 맡은 사업 1건 뿐이며, 우주국제협력 관련 사업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단독입찰했지만 오히려 증액됐다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이에 이 장관은 "단순히 하나의 잣대로 늘였다 줄였다 한 것은 아니며 여러가지 기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질의응답에 대해 장제원 과방위 위원장은 "이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추후 답변을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줄곧 R&D 예산 삭감안에 대해 강한 비판 입장을 드러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에선 여야가 '무리하게' 삭감했다고 한다고 평가한다. 국회에서 예산 증액안을 내놓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답변할 수 없고 국회의 심의과정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공계 교육기관에서 성명을 내는 등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신진 연구자 지원을 늘렸다고 하지만 기초연구 기준으로 조금만 늘었는데 조삼모사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 장관은 "현장과 소통하면서 최대한 준비를 하려고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 또한 "윤석열 정부는 5대 과학강국을 만들고 원천기술 선도국가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R&D 분야 예산 내역을 살펴보니 차세대 원자력 분야 빼고는 전 분야가 삭감됐다"고 말했다.
● 여당 의원들, 우주항공청 설립·과기원 의대설립 등 주요사업 추진여부 질의
일부 여당 의원들은 내년도 R&D 예산 삭감안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지나치게 증액된 예산을 감액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R&D 예산은 4년 만에 10조원이 늘었다"며 "(이전 정부 당시) 낭비가 심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R&D 지원 규모는 확대됐지만 성과는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R&D 전체 규모는 늘었지만 주요 학술지 피인용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순위 기준 뒤처지고 특허 건수도 2017년 5641건에서 2021년 4598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인으로 "주 52시간 근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상황으로 빠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출연연의 연구 성과가 저하됐다고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출연연을 모두 봤을 때 특허나 기술이전이 떨어진 것은 원인이 심각하다. 외부적 요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우주항공청 설립 계획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항공청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지만 설립을 두고 (국회가) 전쟁이나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기상청, 농촌진흥청 등 외청의 연구개발 수행을 의무화한 것은 현행 과학기술기본법에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기본계획에 따라 맡은 분야의 국가연구개발 사업과 그 시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한다”며 “과기부가 외청으로 설립하려는 우주항공청의 연구개발 기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법(위법)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주항공청이 설립될 경우 항우연이나 한국천문연구원의 R&D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출연연의 R&D 기능은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또 의사과학자 육성 방향에 대한 과기부의 입장을 물었다. 이 장관은 "KAIST를 통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다. 의사과학자 양성과정에 대해선 "지역 대학의 의대와는 다른 새 교육과정으로 의학과 공학을 병행학습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에 "의사과학자는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들이라 생각한다. (설립이) 늦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박건희 기자 hesse@donga.com,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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