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하라” 광주시 “예정대로 추진”(종합)

손덕호 기자 2023. 10. 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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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가 11일 광주광역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설치되어 있는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 기념사업은 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광주시와 광주 남구·동구, 전남 화순군 등 정율성 기념사업을 벌이는 지자체에 중단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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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광주시, 권고 이행 않으면 시정명령”
광주시 “위법한 사항 없다”…시정명령 대상 아니라고 주장

국가보훈부가 11일 광주광역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설치되어 있는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기념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면서 권고를 거부했다.

보훈부는 지자체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했지만, 광주시는 정율성 기념사업은 위법하지 않아 시정명령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권고를 지자체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지 해석을 두고 충돌이 예상된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부·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정율성 기념사업, 대한민국 정체성 부인하는 것”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 기념사업은 헌법 제1조, 국가보훈 기본법 제5조,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등에 따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광주시와 광주 남구·동구, 전남 화순군 등 정율성 기념사업을 벌이는 지자체에 중단을 권고했다.

박 장관은 권고를 한 법적 근거에 대해 “보훈부는 지방자치법 제184조를 근거로 광주시 등에 이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자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른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 거리전시관에서 한 시민이 1인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정율성에 대해서는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그가 나고 자란 광주 남구와 동구, 전남 화순군에서 추진됐다. 광주 동구 불로동에는 논란이 된 정율성 역사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남구 양림동에는 ‘정율성로’와 ‘정율성 거리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정율성로에 있는 정율성 흉상은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 훼손했다. 정율성이 학교를 다닌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전시관, 능주초등학교에는 흉상과 벽화 등이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4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세계 인권도시포럼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시 “정율성 생가터 복원 사업, 운영 계획 수립해 추진”

광주시는 보훈부의 권고와 시정명령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광주시는 입장문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이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되어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이라며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사무더라도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는 경우’ 주무 부처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훈부는 정율성 기념사업을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했지만, 광주시는 보수 정권 때 시작된 사업이라면서 부당하지 않다고 반박한 셈이다.

광주시는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서울올림픽평화대회 추진위원회가 정율성의 부인인 딩쉐쑹(丁雪松·정설송)을 초청했다고 설명한다. 딩쉐쑹은 저우언라이(周恩來·주은래) 중국 초대 총리의 양녀다.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기념시설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건물 벽면에 조성된 정율성 벽화. /연합뉴스

그러면서 광주시는 “정율성 생가터 복원 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이날 “보훈부로부터 공문이 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화순군은 전반적으로 사안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율성 벽화가 있는 화순 능주초의 서재숙 교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율성 기념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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