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비웃는 스토커 [박미랑의 범죄 속으로]
편집자주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범죄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곁에 존재하는 범죄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이 이제 곧 시행 2년을 맞는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더 이상 "법이 없어요"라는 경찰의 힘 빠지는 상투적 답변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무엇이 달라졌는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시행 2년이 채 안 된 지난 8월 현재 경찰에 들어온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만여 건에 육박했다. 과연 피해자들이 신고해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무려 2만 명이라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줬다는 말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가해자에게 법은 보이지 않았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당동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고, 충남에서는 접근금지 명령 상태에서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하였다. 최근에는 엄마와 6세 딸 앞에서 과거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해 온 여성이 공격을 당해 사망했다.
2년 전에는 법이 없어서 해 줄 것이 없다고 하는 경찰과 국가가 야속했는데 이제는 법이 있는데도 없는 것 같아서 절망스럽다. 그동안 경찰과 국회는 두려움이 분노로 바뀐 시민의 원성을 들었고, 짧은 기간 관련법의 개정안이 쏟아졌다. 반의사불벌 조항이 폐지되었고, 내년 1월부터는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법원의 승인을 받아 가능한 잠정조치로써 작동하게 된다. 현재 접근금지나 통신금지 명령과 유치장이나 구치소 구금조치에 전자발찌가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지 않다. 두 번 속고 싶지 않은 것이다. 스토커들은 본인에게 내려진 잠정조치를 너무 쉽게 위반했고, 법은 처벌에 신속하지 않았다. 유치장과 구치소 구금조치는 원래 있었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법원은 신청된 사건마저도 참 많이도 기각했다. 잠정조치 명령을 받은 피의자의 7.5%가 명령을 위반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했으며 피의자를 구금하는 잠정조치는 1,940건에 대해서만 신청됐고, 법원은 50% 넘게 기각하였다. 전자발찌 조치가 법률에 들어간다 한들, 법원이 얼마나 인용해 줄까? 서류로만 사건을 보는 둔감한 법관의 판단 때문에 피해자에게 이 법은 있지만 없는 법이 될 것이 뻔하다.
최근 호주의 스토킹 연구(Bendlin , Sheridan, Johnson, 2020)에 따르면 382명의 스토킹 가해자가 이전에 연루된 범죄는 8,320개에 이르렀고 이는 1인당 20개를 상회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54%는 13주 이내에 재범을 하였다. 통상 스토킹 행위는 경찰 개입 이후 그 강도가 더욱 세지는 경향이 있기에 초기 그리고 경찰 신고 이후에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개입이 다른 범죄 대비 훨씬 중요했다. 다양한 위협의 방법을 사용하는 스토커들은 더욱 위험했고, 피해자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토커들을 가장 두려워했다. 경찰과 법원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접근금지 집행이 왜,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결과이다.
내년 시행을 앞둔 이 전자발찌 조치는 피해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집행의 구체성은 안갯속에 있다. 현재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보호하는 주요 업무를 맡되, 전자발찌 감독은 법무부의 위치추적관제센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합의된 상태이다. 그러나 경찰이 담당하는 스토커 관리는 법무부의 보호관찰단계의 전자감독과는 성격과 목적 그리고 그 방식이 모두 다르다. 사용 기기가 같다고 하여 같은 법률에 근거하여 집행된다면 법원은 형사절차상 기본권 보장을 더욱 면밀히 따져볼 수밖에 없기에 인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스토킹처벌법의 새로운 잠정조치는 다시 경찰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경찰은 관제센터도 없고, 보호관찰 재범 억제 노하우도 없다. 경찰은 관제센터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기존의 전자발찌가 아닌 피해자 접근제한장치라고 명칭을 바꿔 전적으로 그 책임을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관찰관에게 배워야 한다. 그저 발찌를 채워놓고 말로 "재범하지 말라"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 아니라 보호관찰관이 재범 억제를 위해 어떻게 현장에서 범죄자를 지도감독하고, 어떻게 현장으로 달려가는지를 배워야 한다. 스토커에게 부착한 그 전자장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보호관찰관만큼 범죄자에게 밀착되어야 한다. 지금의 먼 거리로는 어렵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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