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에 R&D 난장판” “비효율 누적”…일부 증액 시사도

조정인 2023. 10. 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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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대폭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거센 공방을 벌였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R&D 예산안을 25조 9천억 원으로 편성해 올해보다 5조 1천억 원(16.6%) 삭감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카르텔 지적에 따른 졸속 삭감'이라고 비판했지만, 국민의힘은 '누적된 비효율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 해서 R&D 예산 난장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해서 R&D 예산, 과학기술계가 난장판이 됐다"며 "왜 아무런 근거도 없이 (R&D 예산을) 줄이나"라고 물었습니다.

민 의원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예산안 초안을 보고할 때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심한 질책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으며, "시중에 소문이 파다한데, 용산 대통령실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장관에게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거친 언어로 비난했다는 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회의에 참석해서 여러분들의 얘기를 잘 들었다. 여러 의견을 잘 경청했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민 의원은 또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조사 대상자의 97.6%가 R&D 예산삭감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특히 연구 현장에 카르텔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는 74.7%가 아니라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은 과제 성격상 단독으로 공모할 수밖에 없는 과제가 있는데, 특정 과제에 복수 기관이 공모하지 않고 단독으로 입찰했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도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께서 R&D 카르텔 재검토 지시 후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 삭감 편성됐다"며 "R&D 예산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과거부터 누적된 비효율…성과 살펴야"

국민의힘은 전 정부에서 R&D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비효율에 대한 지적도 커졌다고 반박했습니다.

김병욱 의원은 "과거부터 누적된 비효율이 R&D 예산에 포함돼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 R&D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비효율과 낭비 요인이 크게 누적됐다는 것은 모두가 얘기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R&D 예산이 지금 제대로 성과 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 2년간 편성한 정부 R&D 예산 평균이 28조 5천억 원으로, 문재인 정부 평균 24조 3천억 원보다 많다"며 "내년 예산이 좀 줄었다는 것을 가지고 대통령이 과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내몰았다거나 공안 몰이를 한다는 식의 음해성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습니다.

과방위 위원장인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작년과 재작년 과기부 국감 자료를 보면 낭비성, 소모성, 선심성, 퍼주기 R&D는 잘못됐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많았다"고 김 의원의 주장에 동감을 나타냈습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셀트리온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지만, 치료제는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정부 공급이 중단돼 사실상 폐기됐다"며 "R&D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 기준 없이 자화자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성과 없이 보여주기 쇼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여야 모두 '예산 증액' 시사도…"국회가 논의"

다만, 내년도 R&D 예산이 이례적으로 대폭 삭감된만큼 여야 모두 일부 예산 증액 등 조정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이종호 장관에게 삭감된 R&D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보냐고 묻자 이 장관은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간사는 "줄여도 너무 줄여 가지고 증액이 필요할 거다."라며 "증액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언론) 보도도 있었고 일부 알려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국회와 잘 상의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 김 병욱 의원도 " 꼭 필요한 예산은 과방위에서 예산심의를 할 때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기부도 거기에 대비를 해야 된다"고 말해 조정 여지를 남겼습니다.

■ 현장 떠난 청년 연구자 질의에 '울먹'…예산 삭감 '용돈' 비유에 비판도

한편, 이 장관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을 떠난다는 청년 연구자들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질의에 "진심으로 그분들을 사랑하고 문제가 생기게 하고 싶지 않다"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수많은 후배(연구자)가 (출연연을) 떠나고 있다.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는데 임기가 1년이 넘은 장관으로서 구조개혁을 못 한 것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이냐"고 질의했고, 이 장관은 "떠나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있다. 지금 이슈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원들이) 각자 목표가 있고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제가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후배 과학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를 개인 사정으로 단정했다고 지적했고, 이 장관은 "진심으로 좋은 시스템을 줘 미래에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울먹인 채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이 장관은 또 R&D 예산 삭감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도 용돈 좀 줄이면, 정당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발언해 관련 사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장관은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용돈 비유를 취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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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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