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치‧돈치치의 백인 파워! 다음은 홈그렌?
농구는 흑인의 스포츠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차별, 편견을 언급하기에는 팩트가 너무 분명하다. 향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는 흑인 비율이 70%를 넘어가고 있다.
사실 양적인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숫자는 적지만 타 인종이 상위권을 휩쓸면서 리그 트랜드를 주도하거나 각종 수상에서 우위에 있다면 말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NBA에서의 흑인세력은 양은 물론 질적인 영역까지 독차지해왔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거론되는 역대 선수 랭킹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선수는 래리 버드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 여전히 흑인이 대세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과거보다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백인선수들 같은 경우 예전에는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조연 역할에 그쳤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적지 않은 숫자의 선수들이 각 팀에서 주전 혹은 키 식스맨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심지어 에이스나 그에 준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케이스도 늘어가는 분위기다.
이같은 흐름은 동유럽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가속화되는 모습인데 제도를 바꾸어 해외파를 의도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이상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과거 빌 러셀, 윌트 체임벌린 시대 이후 양과 질적으로 모두 최고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현 리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 5인에 백인선수가 둘이나 끼어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미국 CBS스포츠는 NBA 선수랭킹 톱 100을 발표했는데 1위가 니콜라 요키치(28‧211cm), 4위가 루카 돈치치(24‧201cm)로 둘 다 동유럽 출신 백인선수다. 5위가 케빈 듀란트였고 조엘 엠비드, 제이슨 테이텀, 데빈 부커, 지미 버틀러, 대미안 릴라드 등이 뒤를 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돈치치의 4위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요키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현 NBA 최고 선수다. 정규시즌 MVP를 2회 연속으로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센터로 떠오르더니 지난 시즌에는 소속팀 덴버 너기츠를 사상 첫 파이널 우승으로 이끌고 파이널 MVP까지 수상했다. 현재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릴만한데 여전히 한창때의 젊은 나이임을 감안하면 버드 이후 역대 탑10 레전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유력한 백인 후보로 꼽히고 있다.
돈치치는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신인왕 외에는 굵직한 개인 타이틀은 없지만 최근 몇 시즌 동안 꾸준하게 리그 정상급 기록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66경기에서 평균 32.4득점, 8어시스트, 8.6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했다. 우승, MVP 등이 추가된다면 주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제 막 20대 중반으로 들어선 젊은 나이는 그의 가장 큰 무기다.
NBA 기준으로 요키치와 돈치치는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다수의 흑인 플레이어들처럼 높이 날아 덩크를 펑펑 찍고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강하다. 탄탄한 기본기와 동포지션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힘 거기에 빼어난 BQ를 더해 자신만의 농구를 완성시켰고 이를 통해 더 잘 뛰고 잘 달리는 선수들을 제압한다.
요키치는 운동능력을 제외한 센터가 갖춰야 할 다양한 무기를 고르게 갖추고 있다. 힘과 높이를 바탕으로 골밑을 듬직하게 지킬 수 있으며 현대 농구 추세에 걸맞게 슈팅력도 안정적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패싱능력을 통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용도 뽐내고 있는데 팀 전체 오펜스에 관여하면서도 간결한 볼소유를 통해 팀 플레이를 이끈다는 부분도 강점이다.
요키치가 야전사령관+빅맨이라면 돈치치는 포인트가드+에이스다. 드라이브인에 이은 골밑 마무리와 자유투 획득 능력이 좋으며 그 과정에서 빈공간 동료들에게 뿌려주는 패스가 일품이다. 동포지션 대비 좋은 신체조건을 활용해 가드는 물론 어지간한 포워드까지도 힘으로 공략 가능하다. 본인이 주로 볼을 소유하며 게임을 이끌어가는 것을 좋아해 헤비볼핸들러로 분류된다.
그 외, 도만타스 사보니스(27‧211cm) 등 팀마다 영향력 있는 백인선수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요키치, 돈치치의 뒤를 이을 또 다른 대형선수 재목이 있으니 다름아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쳇 홈그렌(21‧213cm)이 바로 그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순위 출신으로 함께 1순위 후보로 평가되던 파올로 반케로(올랜도 매직)에게 밀려 2순위로 지명받았지만 성장 가능성만큼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그렌은 다음 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명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프로암 리그에서 치명적인 발목 부상을 당했고 그로인해 첫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데뷔도 한 시즌 미뤄졌다. 하지만 착실하게 재활에 임했고 몸 상태도 좋은지라 팀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압도적인 신체조건, 어린 나이로 인해 역대급 괴수 후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빅터 웸반야마(19‧222cm)와 비교되고 있는데 언론에서도 이를 적극 활용해 라이벌 구도로 밀고 가는 분위기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프리시즌에서도 홈그렌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려 하프라인 근처에서부터 달려와 컷인 플레이를 성공시키는가 하면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해 캐치앤슈터 역할도 무리없이 소화중이다. 신장대비 준수한 볼핸들링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라 직접 공을 잡고 플레이할 때도 많은데 빈틈이 보였다 싶으면 벼락같이 가속을 올려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어 돌파를 성공시킨다.
앨리웁 플레이로 원핸드 덩크를 성공시킬 만큼 운동능력도 준수하다. 깡마른 몸과 그로인한 파워 부족을 지적받고 있지만 워낙 키가 큰지라 높이 역시 위력적이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득점은 주특기 중 하나이며 힘에서 밀리더라도 장기인 양손 블록슛을 통해 골밑 수비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갈수록 백인 파워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홈그렌까지 여기에 가세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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