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앉으니 피아노 페달 진동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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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엔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100여 명의 청중이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 올라가 앉았고, 연주자들도 평소와 달리 객석을 등진 채 연주를 들려줬다.
한 무대 위에서 음악가들과 가까이 자리하다 보니 피아니스트가 페달을 밟을 때 생기는 진동의 세기가 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느껴졌고, 첼리스트가 활을 현에 세게 내려치면서 생겨나는 송진 가루의 향이 그대로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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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엔 생소한 광경이 펼쳐졌다. 100여 명의 청중이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 올라가 앉았고, 연주자들도 평소와 달리 객석을 등진 채 연주를 들려줬다. 2002년 서울 연희동 가정집 거실에서 시작한 마룻바닥 음악회 ‘하우스콘서트’의 1000번째 공연 얘기다. 한 무대 위에서 음악가들과 가까이 자리하다 보니 피아니스트가 페달을 밟을 때 생기는 진동의 세기가 바닥을 타고 고스란히 느껴졌고, 첼리스트가 활을 현에 세게 내려치면서 생겨나는 송진 가루의 향이 그대로 밀려왔다.
이날 공연에는 올해 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11세 첼리스트 김정아가 무대에 올랐다. 15세의 조성진, 17세의 임윤찬 등을 알아본 하우스콘서트가 점찍은 또 하나의 클래식 신예다. 그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 연주에선 깔끔한 음색과 아티큘레이션으로, 솔리마의 ‘라멘타치오(애가)’에선 기교적으로 흐트러지지 않는 연주로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 올해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정상을 차지한 ‘아레테 콰르텟’ 무대도 있었다. 이들은 따뜻하면서도 생기 있는 울림으로 가득 찬 하이든 현악 4중주 29번 G장조를 들려줬다. 첼로와 비올라는 적절히 무게감 있으면서도 정제된 음향을 만들어냈고, 그 위로 올라선 제1 바이올린은 우아한 음색과 시원시원한 보잉(활 긋기)으로 선명한 선율선을 그려내면서 작품 특유의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2014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2015년 부소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바흐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를 들고 무대에 나섰다. 그는 깨끗한 음색과 섬세한 타건으로 바흐의 견고한 구조와 짜임새를 풀어냈다. 주선율과 이를 장식하는 악구를 구분하면서 유려한 흐름을 들려주다가도, 양손으로 하나의 주제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정교하게 화성을 쌓아가는 그의 연주는 숨을 쉬이 내뱉지 못할 만큼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소박한 듯 노블하게(고결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 지난 21년간 유지해 온 하우스콘서트의 공연 철학이 빛나는 공연이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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