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억 날려도 되면 美 진출 도전"…20년 경력 투자자의 조언

최태범 기자 2023. 10. 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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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여윳돈이 얼마 없는데 그것을 갖고 미국 시장에서 1년 정도 하면 성과가 나올꺼라 판단하고 현지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한국에서 매출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 20~30억원 날려도 큰 문제가 없다면 미국 진출을 고민해도 되겠다."

20여년간 한국·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김범수 파트너는 "미국 진출은 유학가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시스템에서 생산된 인재가 다른 토양에 가서 100% 전환되기는 어렵다.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리스크 관리가 될 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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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가 11일 경기 성남 네이버 신사옥 '네이버 1784'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3'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회사에 여윳돈이 얼마 없는데 그것을 갖고 미국 시장에서 1년 정도 하면 성과가 나올꺼라 판단하고 현지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한국에서 매출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 20~30억원 날려도 큰 문제가 없다면 미국 진출을 고민해도 되겠다."

김범수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파트너는 11일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23'에서 "기업들은 한국 내수 시장이 작아서 해외진출을 목표로 해야할 것 같은 착각이 있다. 모두가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14년부터 개최해 온 글로벌 콘퍼런스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활약하는 창업자와 실무자를 만나 인사이트를 나누는 행사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는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한국 파트너들과 실리콘밸리 소재 중견 벤처캐피탈(VC)인 트랜스링크 캐피탈이 합작 설립한 창업투자회사다. 대표 파트너 3명이 한국 본사와 실리콘밸리 지사에서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한다.

20여년간 한국·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해 온 김범수 파트너는 "미국 진출은 유학가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 시스템에서 생산된 인재가 다른 토양에 가서 100% 전환되기는 어렵다.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리스크 관리가 될 때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뇌 질환 관련 스타트업 '엘비스(LVIS)'를 창업한 이진형 대표는 "진출을 위한 진출을 안 된다"며 "실패는 디테일에 있다. 사업의 디테일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거나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형 대표는 한인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환자의 뇌를 일종의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알아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 '뉴로매치'를 개발해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제공

이 대표는 현지에서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팀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발이 안 맞으면 그 스타트업은 망한다. 대표 스스로 영어를 배우든 한인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찾든 가치관이 맞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파트너는 "대표가 미국 문화와 미국 시장을 이해하는 만큼, 그에 맞는 수준의 사람만 뽑을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현지 귀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문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오는 경우는 없다. 미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본사가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프로덕트가 미국인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네이버와 구글의 차이처럼 미국은 삶의 방식과 문화가 다르다. 미국인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체화해 이들이 쓰기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파트너는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유치 방법에 대해선 "VC한테 선택받으려고 내가 아닌 다른 뭔가가 되려고 할 필요는 없다. 한국과 달리 미국 VC는 사업의 수평적 확장보다 핵심 한 가지를 깊이 파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기다리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형 대표는 "투자받기 위한 어떤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투자는 자신의 사업에 돈을 넣어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어떤 VC랑은 생각이 안 맞을 수 있고 다른 VC랑은 맞을 수 있다. 합을 찾아가는 과정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기업 트위터와 에어비앤비에서 개발자를 했던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어메이즈VR의 이승준 대표와 딥블루닷의 이동희 대표 등이 참여해 미국에서 겪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또 동형암호(데이터를 암호화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암호화 방법) 스타트업 크립토랩을 설립한 천정희 대표, 김혜숙 픽사 3D 애니메이터, 권경안 매사추세츠공대 연구 및 엔지니어링(MITRE) 박사, 백원희 구글 유튜브팀 UX 리서처 등도 인사이트를 전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미국 전 지역에서 혁신을 만들고 있는 연사의 이야기들이 국내 창업자와 실무자, 대기업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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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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