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도 ‘신혼부부’면 ‘50년 주담대’ 받아...금융위원장 “제 불찰이고 잘못” 사과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60대 이상 5건 대출
“연령 제한하고 있다” 당국 주장 배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정부가 금리 상승으로 힘들어진 취약 차주(돈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1월 출시한 정책금융상품인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60대 이상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 중인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은 차주가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 가구’인 경우 받을 수 있다. 만 34세 이하가 아니더라도 신혼부부인 경우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던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중은행이 판매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특례보금자리론은 연령을 제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허점이 있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60대 이상 차주에게 5건, 총 15억원 공급한 내역을 공개했다. 40~50대가 받은 대출 건수는 798건으로, 대출 금액은 2255억원 규모다.

정부는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든 점이 ‘연령 제한’이다. 김 위원장은 오전 국감에서 “정부의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은 34세 이하 청년 대상, 무주택자, 고정금리라는 기준이 있지만,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은 변동금리이고 다주택자, 고령층도 포함한다”고 했다. 또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은행이 대출을 늘려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노력이라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주장과 대치되는 내용이 공개되자 그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자 중) 60대 이상 신혼부부가 0.1% 있는 것은 맞다. 늦게 결혼하신 분이 당연히 있으니 일부 (대출자들이) 있다”면서 “제가 신혼부부는 별로 생각을 못했다. 제 불찰이고 잘못이다”라고 했다.

강 의원은 “금융위원장이 이 사실을 잘 몰랐다는 것도 국민들에겐 충격”이라고 질타했고, 김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맞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이) 잘못 운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신혼부부 (연령은) 생각을 못 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민간 은행에서 유주택자도 주택 살 수 있게 해주고,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나이 상관 없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논리로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