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증여세 부담 `타익신탁`으로 줄여볼까
회사, 재산 소유권 이전 받아 운용
원본 지급 이후 증여세 신고·납부
#30년을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신 모씨(60). 신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아들과 살고 있다. 아들은 과거 수차례 창업에 실패했고, 지금은 온라인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매출액은 많지 않다. 아들은 결혼을 주저하고 있다.
신씨는 재산을 물려줘 아들을 돕고 싶었다. 신씨의 재산은 강동구 아파트와 18년 전에 구입한 경기 하남시 소재 아파트(시가 6억원)다. 하남시 아파트는 반월세(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를 내주고 있다.
걸림돌은 세금이었다. 하남시 아파트를 지금 아들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 증여 취득세, 기타비용 등 1억3000만원 정도 세금이 발생했다.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과, 시가의 3.8%를 적용한 증여취득세, 채권할인액 등을 반영해도 세금은 상당했다. 신씨는 당장 재산을 증여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 신탁부 신관식 세무사가 전한 사례다. 신씨처럼 과도한 세금 때문에 자녀에게 증여하지 못하는 사례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이러한 고충을 반영해 '혼인신고일 기준 2년 내 본인과 배우자'에 대해 각각 1억5000만원씩 증여세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은행·패밀리오피스 등 전문가 상담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신 세무사가 제시한 방법은 '신탁'이다. 신탁은 신탁재산(원본)이나 그 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익)을 넘기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틀(Vehicle)을 말한다. 예를들어 재산 소유자(위탁자)가 계약 등을 통해 신탁을 설정하면, 신탁회사(수탁자)에게 재산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신탁회사는 신탁받은 재산에 대해 관리, 운용 등 신탁사무를 처리하다가, 계약상 정해진 시점이 도래할 때 재산을 넘기게 된다. 신탁의 활용도가 다양하다보니 절세 방법이나 재산 이전 시점 설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례의 신씨가 고려해볼만한 신탁 상품은 '타익신탁'이다. 타익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한 재산 소유자(위탁자)와 신탁재산(원본 이나 이익)을 수령할 수 있는 수익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를 뜻한다. 타익신탁의 수익자는 원본수익자와 이익수익자가 있다. 원본수익자는 신탁재산(원본) 그대로를 받는 사람이고, 이익수익자는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익)을 받는 사람이다. 타익신탁을 활용하면 당장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신탁계약 이후 수익자가 실제 신탁재산(원본) 또는 수익(이익)을 받아가는 시점에 증여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경제적·물리적 여건을 갖출 때 자녀에게 재산을 넘길 수 있어 각종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부모가 신탁재산을 맡긴 경우,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익)을 자녀가 받더라도 부모의 소득으로 본다. 신탁재산(원본)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타익신탁 계약을 맺으면 신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씨 사례의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하남시 아파트를 신탁재산으로 신탁회사(수탁자)와 신탁 계약을 맺는다. 신씨 고객 본인을 이익수익자로 하고, 아들을 원본수익자로 지정한다. ② 신탁기간은 아들이 재산을 증여받을 만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는 3~10년 후 시점까지로 정한다. ③ 신탁기간 동안 신탁재산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익(월세)은 이익수익자인 신씨가 받고 소득세도 신씨가 부담한다. ④ 향후 신탁한 기간이 종료되면 신탁회사는 신탁재산인 하남시 아파트의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긴다. ⑤ 신탁재산을 받은 원본수익자 아들은 증여세를 신고·납부한다.
신씨 아들이 결혼을 결심하더라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7일 기획재정부는 내년 또는 향후 변경 예정인 세법 사항들을 모아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세법개정안에서 집중 조명된 부분은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금액 신설'이다.
'증여재산 공제금액'이란 대한민국 거주자가 타인으로부터 증여받은 증여재산가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이다. 수증자별 증여재산 공제금액 이내로 재산을 증여받을 때는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는 성년 자녀가 혼인을 앞두고 있거나, 혼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10년간 최대 5000만원까지만 증여재산 공제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세법개정안의 신설 조항(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금액,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의2)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직계존속인 부모가 혼인을 앞두고 있거나(혼인신고일 기준 이전 2년부터), 혼인을 한(혼인신고일 이후 2년까지) 대한민국 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 공제금액을 두 배로 늘린다. 현행 5000만원인 증여재산 공제금액과는 별개다. 증여재산 공제금액은 최대 1억원까지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자녀 본인과 배우자(예정 배우자)가 각각 부모로부터 최대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을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또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혼인신고일 전 미리 재산을 증여받았는데, 혼인 관련 증여재산 공제금액을 적용받은 자녀가 혼인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법령상 정당한 사유)이 생긴다면 애초에 증여가 없던 것으로 본다. 다만 사유가 발생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내에 부모에게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한다.
이때도 타익신탁을 적용하면 편리하다. 아들이 결혼하는 경우, 신씨의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혼인 예정 자녀를 둔 부모는 성년 자녀 증여재산 공제금액(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10년 간 5000만원), 자녀 혼인 관련 증여재산 공제금액(내년 시행될 세법 개정안, 최대 1억원) 이내의 재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신탁계약을 설정한다. ② 신탁재산 자체를 받아갈 원본수익자를 자녀로 정한다. 이때 이익수익자는 위탁자인 부모로 해야한다. ③ 혼인신고 예정일을 신탁기간 종료일(만기일)로 정한다. ④ 향후 세법 개정 추이를 살펴 재산을 증여한다.
김경렬기자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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