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 ‘선관위 선거조작’ 쟁점화, 보궐선거 흔들기인가
국민의힘이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관리시스템이 외부 해킹 공격에 취약하다는 국가정보원 보안점검 결과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 상황을 방치했다면서 “이런 시스템으로 내년 총선을 치른다면 선거 공정성이 불신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선거 결과의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 발언이다.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이 부실하게 운영됐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이고, 시급히 점검·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대비책을 세워야 할 집권여당이 해킹 위험을 앞세워 선거조작 의혹에 불을 지피는 것은 침소봉대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의 의혹 제기는 국정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7월17일부터 9월22일까지 진행한 선관위 시스템 합동보안점검 결과를 토대로 나왔다. 국정원은 지난 10일 선관위 투표 시스템은 외부 세력이 선거인 명부에 접근해 유령 유권자도 정상 유권자로 등록할 수 있고, 사전투표자와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을 맞바꿔 표시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개표 시스템도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후보자 득표수를 임의로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선관위에 선거 공정성 훼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내부 조력자 없이는 불가능하고,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정원도 이번 점검이 “해커 관점에서 기술적 취약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과거의 선거 결과 의혹과 결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해킹으로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점검 완료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보궐선거 전날 민감한 사안을 발표해 혼란을 불렀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정권이 선관위를 방치한 이유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라며 가세했다. 야당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보궐선거 불복을 위한 여당의 핑곗거리’라고 비판할 만하다.
공정선거 책임 주체는 집권세력이라는 사실을 김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내년 총선 모든 지역구의 사전투표함 폐쇄회로(CC)TV 실시간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선관위 방침에 협력하고, 선거관리 보안시스템 강화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선관위를 흔들고, 과거의 선거조작 의혹만 제기하는 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또 하나의 불순한 음모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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