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한국에 5년간 8조…클라우드 인프라 공격 투자
클라우드 시장 경쟁 치열해질 듯
아마존의 자회사로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2027년까지 한국에 약 8조원을 투자한다. AWS의 국가별 연평균 투자액을 기준으로 인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AWS의 공격적인 투자 결정으로 국내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AWS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에 58억8000만달러(약 7조8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AWS의 지난 5년 한국 투자액(20억4000만달러)의 세 배에 달한다.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WS의 투자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1억7600만달러(약 1조5700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15억8750만달러(약 2조1200억원)를 집어넣기로 한 인도에 버금가는 규모다.
투자 대상은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칩셋 도입, 시설 보수 등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합하면 투자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AWS는 2028년까지 6년간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서만 경제적 가치가 약 102조원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성형 AI 기술 확산으로 한국 클라우드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이번 결단을 이끌었다. 복잡한 연산을 처리해야 하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활용이 필수적이다. AWS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할 AI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픈AI 경쟁사로 꼽히는 앤스로픽에 최대 40억달러(약 5조3600억원)를 투입하기도 했다.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클라우드 기술 인재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잠재력 큰 韓 클라우드에 베팅"
아마존, 인도 이어 역대급 투자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 시장에 약 8조원을 퍼붓기로 한 것은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DX)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뎌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내 10인 이상 사업장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률은 28%에 불과하다. 1위인 스웨덴(75%)의 3분의 1 수준이며 OECD 32개국 평균(45%)과도 격차가 상당하다. AWS는 ‘낮은 클라우드 이용률’을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해석했다. 여러 이유로 DX를 미뤄온 국내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시점이 됐다고 본 것이다.
김영훈 AWS코리아 정책협력실 부사장은 “한국은 민간 사업자와 공공 영역의 보안 우려로 인해 클라우드 전환 속도가 느린 시장”이라며 “산업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AWS는 안정적인 한국 서비스 공급을 위해 국내 클라우드 사업 지역을 4개 구역으로 쪼갰다. 한 구역에서 전력이 차단돼도 백업을 담당하는 다른 구역을 운용하면 된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AWS,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KT, NHN 등 국내 기업들도 각축을 벌이는 시장이다. 그런데도 AWS가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한 데엔 서비스 가짓수와 고객사의 해외 진출 지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AWS는 음성 AI 번역 서비스 등을 포함해 200여 종의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AWS는 자사 플랫폼에서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출시했다. 6월엔 국민은행의 슈퍼앱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숙박 앱 야놀자도 해외 진출을 위해 5월 AWS와 손잡았다.
AWS는 이번 투자가 2027년까지 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약 15조600억원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1만2300명의 고용 예상 효과는 덤이다. 친환경 사업에서도 속도를 낸다. 데이터센터 운영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는 달성 시점을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90% 수준에 달한다는 게 AWS의 설명이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사용하는 물보다 많은 양을 2030년 안에 지역사회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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