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줏값 인상… 퇴근길 ‘한잔의 여유’가 ‘한푼의 부담’

이나경 기자 2023. 10. 11. 18: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 공장 출고가 6.9%↑
도내 음식점들 줄인상 불가피
식당서 1병에 5천~6천원 전망
서민의 술 옛말… 소비자 울상
오비맥주가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가운데 안양시 동안구의 한 음식점 직원이 맥주를 꺼내고 있다. 이나경기자

 

“이틀 전에 거래처로부터 맥주 도매가를 4천500원 올린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상 없이 버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네요.”

오비맥주가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면서 소매상들 역시 맥주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병맥주를 주로 판매하는 음식점의 경우 적지 않은 폭의 맥주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11일 안양시 동안구의 한 삼겹살 가게. 사장 황현융씨(39)는 지난 9일 거래처로부터 20병(한짝)당 도매가를 3만5천원에서 3만9천500원으로 올린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그 얘기를 듣고 10짝을 미리 구비해뒀다”며 “요즘 손님들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최대한 주류 가격 인상을 하지 않으려 해도, 가스·전기요금도 오르고 맥주 도매가마저 오르니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황씨는 손님들에게 한 병당 4천500원에 팔던 맥주 값을 올해 안으로 1천원 가량 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인근 다른 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30년째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형태씨(66‧여)는 “우리 가게는 서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곳인데 술값이 오르면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손님들을 생각해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장을 한번 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만 벌써 인근 가게 3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11일 오비맥주는 수입 원부자재 가격의 급등과 국제유가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이날부터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6.9% 인상했다. 오비맥주가 출고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통상 식당가에서는 맥주와 소주 등 주류의 출고가가 오를 때마다 1천원 단위로 인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현재 4천~5천원대인 식당 맥주 가격이 5천~6천원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업계 1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으로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주류업체의 맥주 가격 연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환율 불안이 지속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 전반적인 물가불안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률을 적용했다”며 “다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트, 편의점 등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 가격은 종전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