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비랑 맞먹는 대전 영어 유치원…한달 교습비 80-200만원

재료·간식·방과후·차량비 모두 별도…합치면 몇 십만 원 추가
교육 불평등에 과잉 교육은 아이 학대라는 지적도 제기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 교습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달 수백만 원에 달하는 영어 학원 교습비가 조기 유학 비용과 맞먹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도 문제지만 과잉 교육 따른 아동학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올 6월 기준 123만 9000원이다. 지난 2021년 107만 원, 2022년 115만 4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세종이 170만 3000원으로 가장 높고, 충남 145만 9000원, 서울 144만 1000원, 인천 142만 6000원 등의 순이었다. 해당 교습비에는 재료비와 간식비, 방과후비, 차량비 등이 모두 포함되지 않은 금액으로 실제 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역의 경우 하루 4시간 이상 주 5회 수업을 제공하는 학원 기준, 영어 유치원의 한 달 교습비는 적게는 8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유성구의 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한국 나이 6세 기준 한 달 교습비는 90만 원이었다. 이에 재료비와 간식비, 방과후비 등을 모두 합치자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보다 놀면서 학습하는 '놀이식' 학원으로 알려진 이곳은 원어민 선생님과 직접 영어로 소통한다. 야외에서 예체능을 가르치고, 교구를 통한 수리력, 간단한 과학 실험 과목 등을 가르친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학원은 원복과 교재 등을 포함해 30-50만 원 정도의 입학비도 별도로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육 불평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4살 학부모 김모(34) 씨는 "아직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서 보낼까 싶어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다. 조기 유학 비용이랑 비슷하더라"라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아이를 교육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평등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잉 교육은 아이 학대라는 지적도 있다.

일반 유치원 교사 전모(27) 씨는 "일반 유치원에서도 영어, 수학 모든 교과목을 가르친다"며 "주위를 보면 25개월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완벽하게 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데, 제2외국어를 하도록 과잉 교육 시키는 건 아동 학대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유아 사교육 시장이 지나치게 팽창하고 있다"며 "영유아에 대한 과잉교육을 방지하고 아이들이 발달 과정에 맞게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