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일본 빨래방과 세탁소의 대변신
본격적인 환절기를 맞아 코인 빨래방이나 세탁소를 찾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에서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있어 잔잔한 화제다.
우선 도쿄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치바현에서 '간편 촬영 서비스'를 하는 이색 코인 빨래방 이야기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 비슷한 형태인 '메르카리'라는 중고 상품 온라인 거래장터가 매우 활성화돼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로 인기가 꽤 높다.
온라인을 활용한 중고 거래형태는 개인들이 주로 옷이나 생필품을 집에서 촬영하고 사이트에 올려 거래하는 일이 주된 일이다. 하지만 항상 걸리는 게 사진의 퀄리티다. 옷 상태를 비롯해 배경이 되는 벽면도 변변치 않고, 집이 좁다보면 집에 있는 생활 집기들이 자주 등장하고 심지어는 바닥에 놓고 찍게되면 그림자로 인해 사진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고민들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한 코인 빨래방이 '간편한' 아이디어를 내 인기를 끌고 있다.
치바의 코인 빨래방 '워시스테이션'에서는 '메르카리' 입점용 제품 촬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촬영 부스'를 제공한다. 새하얀 벽면을 배경으로 촬영용 옷걸이에 방금 세탁 건조된 깨끗한 '상품'을 걸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
팔고자 하는 옷들을 빨래방에 가져와서 세탁하고 건조한 최상의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판매될 확률도 올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입소문을 통해 방문객이 늘고 있다. 호평일색이다.
세탁한 그 자리에서 바로 촬영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편리하고 합리적인 서비스지만 이를 뛰어넘어 중고 판매 사이트에 출품을 도와주고 판매 대행까지 해주는 세탁소도 등장했다.
야마가카현에 위치한 유한회사 고토 드라이 클리닝이 운영하는 '마르센 클리닝'에서 시작한, 일본어로 '팔리는 클리닝'을 의미하는 '우래쿠리'라는 서비스인데, 환절기에 고객이 맡긴 옷을 클리닝해서 보관할 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면 중고거래 사이트로의 출품도 대행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옷을 4월에 내놓으면 대부분 가을 초반까지 보관하는 편인데 그 기간중에 가을 신상품이 나와서 "새 코트를 사고 싶다"라고 맘 먹었을 때 세탁소에 맡긴 옷들을 판매해 달라고 의뢰하게 되면 세탁소 직원들은 판매를 위한 촬영을 하고 판매 사이트에 고객 대신 출품을 하고, 상품이 잘 팔릴 수 있게 설명을 올린 후 그 상품이 팔리면 고객에게 대금을 지급해주는 서비스다.
즐겨 입던 옷들이 지겨워져서 중고사이트에서 판매하고 싶어도 사진찍기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사진을 올리고 사이트를 계속 들여다보는 일이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딱'이다.
판매를 원하는 고객 제품만 세탁소에서 출품 대행을 해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 팔리지 않아도 드라이클리닝 된 깨끗한 옷을 다시 입는 구조이기에 부담없이 출품할 수 있다고 한다.
상품이 팔리게 되면 고객들은 매매대금의 10~20%의 판매대행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지급받는다. 단 의류 판매 희망 가격이 5000엔(약 4만6000원) 이상일 경우만 출품 대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간단한 단추 부착이나 얼룩 제거까지 무료로 해주는 덤 서비스도 제공된다.
이와 같이 세탁소가 기본 서비스인 세탁과 드라이클리닝은 물론 촬영과 판매까지 해주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에는 업계의 어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세탁소의 특성상 4월에서 7월까지 연간 2/3의 매출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 시기에 벌지 못하면 도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 계속 이어진 유가 급등과 코로나 사태 이후의 자영업자 지원 정책 감소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친데다 전기세와 인건비까지 오르고 있다. 재택근무로 정장이나 와이셔츠 클리닝 수요도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올해 도산한 세탁소 건수가 역대 최다급으로 상승했다.
이런 극한 어려움 속에서도 전통적인 아날로그 서비스업계의 세탁업체들이 첨단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하는 모습이야말로 최근 모든 업종의 필수항목인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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