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면역력 높여주는 보약 `녹용`

2023. 10.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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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떼 지어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이다. 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찬바람이 일면서 한의원에 녹용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많은 한약재 중에 녹용은 우리 민족과 인연이 깊다. 전통의학을 잇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 한의학은 양생(養生), 즉 질병의 예방적 측면에 치중해 온 탓에 녹용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보약재(補藥材)의 하나로 선호돼 왔다.

녹용은 수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을 말한다. 사슴뿔은 매년 봄마다 한 번씩 새로 나오는데 수사슴의 경우 태어난 첫해에는 뿔이 없고 다음해부터 뿔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 2년생은 가지가 2개이고 3년생부터는 가지가 4개가 된다.

뿔이 2개월 정도 자라면 약재로 쓰기에 적합한 크기의 '녹용'(鹿茸)이 된다. 이 시기를 넘기면 각질화가 진행되어 좋은 품질의 녹용을 얻기는 힘들며, 늦가을엔 아예 딱딱한 뿔이 되어 자연적으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녹각'(鹿角)이다.

조선 고종 때 혜암(惠庵) 황도연(黃度淵) 선생이 지은 방약합편(方藥合編)에 '녹용의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자음(滋陰)을 주(主)하며, 설정(泄精), 익혈(溺血), 붕루(崩漏), 대하(帶下)를 낫게 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 녹용은 선천(先天)의 기운부족, 즉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아 자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만들어 주며, 잦은 감염성 질환 같은 증상을 다스리는 명약으로 꼽힌다.

녹용에는 다양한 아미노산과 폴리펩티드, 교질, 당류, 지질 및 폴리아민 등이 함유되어 독특한 약리작용을 발휘한다. 흔히 녹용을 고를 때 산지를 많이 따지나 실험 결과 사슴들의 산지와 종간의 차이는 미미하며 오히려 사육환경이나 녹용의 건조기술이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녹용의 부위별 차이가 더 중요한 요소이다.

녹용은 부위에 따라 가장 끝부터 분골, 상대, 중대, 하대로 분류한다. 전통적으로 분골과 상대 부분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여겨졌다. 실제 연구에서도 분골과 상대에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 1, 인슐린과 분자 구조가 유사한 호르몬으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함), 에스트라디올, 테스토스테론 등 다양한 호르몬들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는 항피로(抗疲勞) 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대는 교질이 다량 함유되어 골다공증 및 골관절염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용도에 따라 녹용의 사용 부위가 다르다.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녹용은 보약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흔히 알려진 성장, 발육의 촉진이나 성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조혈기능을 촉진시켜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에도 쓰인다. 또 강심작용도 있어 심부전(心不全)에 좋으며, 자궁출혈이나 피부의 난치성 궤양질환 등에도 사용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이처럼 녹용은 다양한 질환에 쓰이는 치료제이다.

녹용이 워낙 유명한 약재다 보니, 관련 속설도 많다. 흔히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말이 있으나, 연구 결과 오히려 기억력 증진이나 뇌세포 보호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녹용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도 있으나, 녹용이 신진대사를 촉진하므로 식욕을 좋게 하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어 살이 찌진 않는다.

녹용은 건조된 상태라도 냉장고에 오래 두면 좋지 않으므로 썰어서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장기간 보관해야 할 경우는 차라리 달여서 냉동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산패를 방지하는 방법이다. 녹용 복용 시에 주의해야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탄닌(tannin)을 많이 함유한 녹차나 커피, 떫은 감 등을 녹용과 같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탄닌이 녹용의 유효성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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