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나병은 인육 먹으면 낫는다", 미신이 빚어낸 참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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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미신'(迷信)이라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미신은 자주 화를 부르기도 한다.
자신의 영화(榮華)를 위한 미신은 100년 지난 지금도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승룡 선수처럼 부모를 항상 생각한다는 것은 비록 미신일지라도 후손에게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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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병 환자, 남아 살해 후 볼기살 먹어 말라리아 유행 땐 소가 환자 배 밟기도 딸 놀라게 해 치료하고자 도끼로 위협 영하 16도에 산모 지붕 위에 올려 동사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는 것을 '미신'(迷信)이라고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미신은 자주 화를 부르기도 한다. 100년 전에는 미신으로 인해 참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었다. 그 때의 이야기를 찾아가 보자.
당시에는 나병 환자가 사람 고기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끔찍한 미신이 있었다. 그와 관련된 살인 및 살인 미수 사건이 많았다.
"지난 5월 23일 오전 10시경에 경북 영덕군 오보면 하적동에서 전만북(全萬北)이라는 9살 먹은 아이가 소를 몰고 그 부근 사곡산이라는 산골에서 풀을 뜯어 먹이고 있는 중, 그 부근 솔밭 속으로부터 한 명의 나병 환자가 나타나며 만북의 손을 붙들고 '나와 같이 가면 과자와 엿을 주마'하고 오른 손으로 만북의 목을 간지러 거의 절명에 이를 지경에…." (1922년 6월 11일자 매일신보)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 백양리에 거주하는 문둥병 환자 최학인(崔鶴仁·27)은 사람 고기를 얻어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말에, 그 촌(村)에서 6살 된 남아를 살해하고 그 볼기짝 살을 베어 먹었다는 사건은 광주지방법원 공판에 부쳤는데…." (1922년 6월 20일자 매일신보)
"전주군 초포면 금당리 정복례(鄭福禮·14)와 주가을강례(朱加乙江禮·11) 두 계집아이가 금년 6월 20일 오후에 그 동리 앞 소양천에서 조개를 잡고 있는데, 그곳을 지나던 박복성(朴福成·25)이란 문둥병 환자가 주가을강례를 끌고 그 근처 자갈밭으로 가서 돌로 머리와 얼굴을 쳐서 정신이 없게 한 후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빨아 먹었는바…." (1923년 8월 4일자 동아일보)
이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미신들도 많았다. "경북 문경군 영순면 지방에는 요사이 학치병(말라리아)이 유행하는데, 이 병에 대하여 그 지방 사람들은 병자를 뜰 가운데 눕혀 놓고 소(牛)를 병자의 부근으로 몰고 다니며, 소로 하여금 병자의 배를 밟게 하면 그 병이 낫는다고 하여 그 병만 걸리면 이와 같은 위험한 치료법을 쓴다더라." (1923년 9월 18일 매일신보)
"경북 김천군 읍내 남산공원에서 지난 7월 15일 오전 3시 반경에 조도윤(趙度潤)이라는 여자가 자기의 맏딸 배복렬(裴福烈·9)의 목을 나뭇가지에 붙들어 매고 도끼로 그 목을 끊고자 하므로 급히 그 도끼를 빼앗아 치우고 그 사실을 물은 즉, 배복렬이가 수일 전부터 '이틀거리'라는 병이 들었는데 이 병에는 병자를 놀라게 하면 낫는다는 미신으로 이와 같은 혹독한 거조(擧措)를 한다 하므로, 그 순사는 그 불칙한 수단을 질책한 후 집으로 돌려 보냈다더라." (1923년 7월 20일자 매일신보)
"경기도 진위군 병남면 비전리에 거주하는 박한길(朴漢吉·24)은 지난 7월 30일 비전리 공동묘지에서 유아의 시체를 파내 시신의 기름을 취하여 갔던 자로, 자기의 처 이성녀(李姓女·23)가 병마(病魔)에 걸려 신음함을 불쌍히 여겨 사람의 기름을 얻어 먹인 것이라 한다는데…." (1923년 11월 20일자 조선일보)
"경상북도 경주군 내남면 노곡리 김우출(金又出)은 지난 1월 2일 오전 10시에 그의 처 이용순(李用順)이가 순산하였는데, 후산이 잘되지 않아서 신고(辛苦)하는 것을 보고 산모를 자기 집 지붕에 올려두면 속히 후산을 하여 고통을 면한다는 미신을 듣고, 참혹히도 그 처를 그 집 지붕 위에 올려놓았는데, 어쨌든지 그날은 영하 16도라는 수십 년 래의 혹한(酷寒)인 때문에 그 처 이용순은 추위로 인하여 병세가 급변하며 마침내 사망하였는데…" (1923년 1월 25일자 매일신보)
"대구부 덕산정 259번지 의생(醫生) 박영휘(朴泳彙·48)라는 자는 작년 8월경부터 우연히 정신병이 들어 여러 가지로 치료 중이나 병세는 날로 더해 가므로, 그 장남되는 박상호(朴祥鎬·24)는 '정신병에는 추운 날 병자를 발가벗겨 세우고 몸에 찬물을 끼얹고 참기름을 먹이면 낫는다'는 미신의 말을 듣고, 지난 27일 영하 12도나 되는 추운 날 오후 1시경부터 그 부친 박영휘를 발가벗겨 자기 집 앞뜰에 세우고 약 1시간 동안이나 참기름과 찬물을 먹여가며 찬물을 퍼부어서 다시 방안에 들어다가 누여두었던바, 4시경에 드디어 사망하였는데…." (1923년 3월 2일자 매일신보)
미신인 줄 알았지만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약으로 쓰는 일이다.
"전북 금산군 제원면 명암리에 사는 이성필(李聖必)의 장남 윤성(允成)은 5년 전에 문둥병에 걸려 고통하는 중인바, 둘째 아들 성근(成根·18)은 자기의 왼편 다리 허벅지 살을 손바닥만치 베어 놓고 동창생 한 사람을 시켜 자기 형에게 전하면서 '이것은 약이 되는 고기니 먹으라' 함에 그 형 되는 사람은 알지 못하고 먹었으며 아직까지 병에는 효험이 없으며 일반은 말하되, 문둥병에 사람의 고기를 먹는 것이 미신에 불과하지만 성근의 우애(友愛)에 대하여 칭찬이 자자하더라." (1923년 2월 14일자 동아일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3등을 한 남승룡(南昇龍) 선수는 아홉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항상 어머니의 사진을 품 안에 넣고 다니면서, 날마다 아침과 저녁으로 사진을 꺼내어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한다는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할 때에는 반드시 몸을 깨끗이 씻고 어머니의 사진 앞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니, 이것은 미신인 것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후원을 크나큰 힘으로 아는, 남군의 독특한 순정(純情; 순수한 감정)일 것이다." (1936년 8월 14일자 동아일보)
자신의 영화(榮華)를 위한 미신은 100년 지난 지금도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승룡 선수처럼 부모를 항상 생각한다는 것은 비록 미신일지라도 후손에게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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