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통화정책, 성장률보다 물가가 우선…물가상승률 3%대로 낮아질 것"
"유가·중국 불확실성…공급망 다변화 해야"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통화정책 결정은 경제성장률보다 물가를 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충격과 성장 충격 중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근 유가의 변동성이 큰 것은 수요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 의한 공급 조절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시장 참가자들은 세계 성장이 둔화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석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것은 공급 요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가가 어떻게 우리의 근원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몇 달 동안 3%대에 머물고 있는데, 앞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근원물가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데에서 올해 7월 2.3%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빨리 떨어졌지만 8월과 9월에는 다시 3.4%, 3.7%로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는 대부분 유가 상승과 식료품 가격과 같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는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3%대 초반 수준으로 돌아가고, 내년 말까지 우리의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가 물가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우리나라 성장률이 중국의 성장 전망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통화정책 영향에 대해서는 "우리의 정책 결정은 성장과 다른 요인들 보다는 우선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금융 안정뿐만 아니라 성장도 보고 있지만 현재는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4%,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하고 있다. IMF도 한국 성장률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 성장률에 대한 가정은 한은과 IMF가 차이를 보인다. IMF는 중국의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는 반면 한은은 4.5%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치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분절화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 경제가 중국으로부터 조금 벗어나고 있다는 언급에 대해선 "일시적으로는 그렇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매우 낮은 가격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공급망 전환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것들은 분명히 가격 요인에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변화가 순전히 지정학적 긴장 때문은 아니라며 한국은 지난 20년간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산업과 경쟁력은 상당히 증가했는데, 그동안 한국 경제가 중국의 매우 높은 성장 때문에 안주했던 것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한다"며 "우리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하고 공급망과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미국, 중국 등 초강대국들이 자국의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환경 하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는 "반도체는 한국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우리 반도체 수출의 약 40%가 중국으로 간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가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내의 위치를 감안할 때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논쟁에 대해선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는 이번 회의에서 중요한 주제다. 세계적으로 우리가 새로운 레짐에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인구통계학적으로 특이한 요인이 있다며 매우 낮은 출생률로 인구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고령화 요인 때문에 장기적 침체가 꽤 심하다.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가 낮은 잠재성장률을 상쇄할지 살펴봐야 한다"며 "한국은 이 토론에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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