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사태' 남일 아냐…대통령실, '9·19합의 정지' 등 비상 검토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3. 10. 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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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尹대통령,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 주재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1.

윤석열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11일 안보 관계장관들과 참모들을 소집하고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거나 위험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여러 국가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사태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중동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에너지 안보, 공급망 문제 등 국제사회가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한 취약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아서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경제·안보적 함의를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서 지속적으로 보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0.11.


정부의 대응방향은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진행된다. 먼저 국제유가 상승 등 에너지 분야 위기 증폭에 대비해 물가 안정 대책을 수립한다.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전쟁 상황이 벌어지는 만큼 공급망 동향 등 산업에 미칠 영향도 집중 점검한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어 24시간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경제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며 "국민들의 생활물가 안정 방안과 서민 금융 안전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하고 동절기 대비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도 철저하게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안보에서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기반으로 우방국들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연쇄 전면전이 한반도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을 파악한다. 북한의 불법 무기 수출 여부 등 국제사회 제재의 사각지대도 살핀다.

특히 하마스의 수천발 로켓포 기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며 사실상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있는데 대북 정찰·감시 능력을 떨어뜨리는 9·19 남북군사합의를 우리가 더 이상 지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9·19 합의로 인한 대북 정찰감시 제한 등 군사적 취약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군사합의 효력정지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9·19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으로 대북 감시·정찰 자산 운용에 제약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는 원래 하고 있던 걸 하지 못함으로써 안보 역량이 저하될 위기에 처한 반면 북한은 애초에 능력이 없어 하지 못했던 부분을 금지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 측 설명이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0.11.

9·19 합의는 2018년 9월 평양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 채택한 문서다. 같은 해 4월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것에 후속조치다. 남북은 당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남북한 접경지에 비행금지구역과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다.

이번 이·팔 사태로 안보 역량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만큼 대통령실은 일찍이 문제점으로 꼽아온 9·19 합의에 대한 전면적 검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합의 폐기'보다는 '효력 정지' 쪽으로 잡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합의 폐기를 할 경우 우리가 국제 사회에 설득과 설명을 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다"며 "효력 정지가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합의 폐기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효력 정지는 국무회의 의결만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9·19 합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제2차장,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도운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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