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광주시 '정율성 기념사업' 정면충돌…"중단"vs"안돼"(종합2보)

박수윤 2023. 10.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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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와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기념사업' 존치를 놓고 11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보훈부는 광주시와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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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광주시, 권고 이행 않으면 시정명령 즉각 발동"
광주시 "정율성 사업 위법사항 없어"…보훈부 권고 불수용
화순 능주초 건물에 정율성 벽화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기념시설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사진은 이날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 건물 벽면에 조성된 정율성 벽화의 모습. 2023.10.11 iny@yna.co.kr

(서울·광주=연합뉴스) 김호준 손상원 박수윤 기자 = 국가보훈부와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기념사업' 존치를 놓고 11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보훈부는 광주시와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이미 설치된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할 것을 권고했다. 만약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정율성 기념사업은 1988년부터 지속돼 온 한중 우호 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고 반박하고 시정 권고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민식 "정율성, 북·중 군가 작곡하고 6·25 남침한 인물"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율성은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 군가를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해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정율성 기념사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그가 나고 자란 광주 남구와 동구, 전남 화순군에서 추진됐다.

광주 동구 불로동에서는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정율성 역사공원이 조성 중이며, 이 사업에는 연말까지 48억원이 투입된다. 남구 양림동에는 거리 전시관과 최근 보수단체 회원이 훼손한 흉상 등을 갖춘 정율성로(路)가 이미 설치됐다.

정율성이 다녔던 학교가 있는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는 전시관, 능주초등학교에는 흉상과 벽화 등이 있다.

박 장관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 바친 호국영령과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의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자체의 자율성은 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배치되는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의 설치, 존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면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제188조에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11 mon@yna.co.kr

광주시 "지방자치단체 사무이며 위법사항 없어"

광주시는 보훈부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해당 권고와 이어질 시정 명령을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광주시는 입장문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이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르면 자치사무는 위법한 경우에만 주무부 장관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며 노태우 정부 때부터 지속돼온 정율성 기념사업은 시정명령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광주시는 또 "정율성 생가터 복원사업인 역사공원 조성 사업 완료 시기에 맞춰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해 지혜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이날 "보훈부로부터 공문이 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으며, 화순군도 전반적으로 사안을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정율성 벽화가 있는 화순 능주초의 서재숙 교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율성 기념물을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학교 벽면에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교내에 동상, 기념공원, 기념 교실까지 만들어 놨다면 어린아이들이 (정율성은) 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겠나. 폐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 교장은 "화순군청에 철거 조치를 해 달라고 요구했고, 행정절차에 의해 철거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세워진 정율성 흉상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국가보훈부는 11일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이미 설치된 기념시설을 철거하라고 권고했다. 사진은 이날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의 모습. 2023.10.11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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