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현실과 환상 그 사이 어디쯤 위치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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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간다.
현실과 환상, 구상과 추상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이 작품은 러시아 구축주의를 이끌었던 사진가,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로드첸코가 1929년 촬영한 '계단'이다.
그는 이념을 위해 회화를 떠나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사진들이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는 공산당과 비평가들의 비난 속에 로드첸코는 우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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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알렉산드르 로드첸코
한 여인이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간다. 사선으로 보이는 가지런한 계단의 음영 한가운데 포착된 인물의 움직임이 고요한 수면에 번지는 작은 파문 같다. 현실과 환상, 구상과 추상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이 작품은 러시아 구축주의를 이끌었던 사진가, 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로드첸코가 1929년 촬영한 ‘계단’이다.
볼셰비키혁명 이후 로드첸코는 또래의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구축주의에 매료됐다. 산업적 재료를 사용하거나 단순하고 기하학적 구조의 미술 작품으로 대중의 삶과 정신을 고양시키자는 뜻이었다. 그는 이념을 위해 회화를 떠나 그래픽 디자인 작업에 몰두했다. 그런데 로드첸코는 1920년대 유럽의 사진 작품을 접하고 또다시 사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디자인 실력은 사진에서 꽃을 피웠다. 간결하고 역동적인 사선 구도 속에 사물을 배치한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여러 매체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그의 사진들이 사회주의적이지 않다는 공산당과 비평가들의 비난 속에 로드첸코는 우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그의 작품들은 경기 성남시 아트스페이스J에서 열리고 있는 ‘파이오니어스(개척자들)’ 전에서 오는 2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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