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엔비디아 발굴"···글로벌AI ETF 쏟아진다
삼성운용도 이르면 이달 말 상장
시장성장 발맞춰 조기 발굴·투자
업계 1·2위 자산운용사들이 일제히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에 투자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으며 격전에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첫 타자를 끊은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도 자회사를 통해 동일한 테마의 액티브 ETF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일반 패시브 ETF와 달리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액티브 전략을 활용해 제 2, 제 3의 엔비디아를 최대한 빠르게 발굴·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글로벌AI액티브’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AI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서비스, 양자컴퓨터 기업 등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한다. 중국·대만, 유럽, 일본 등 전세계 25개국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INDXX AI&빅데이터 인덱스'를 기초지수로 삼되 액티브 전략에 따라 지수에 없는 종목을 편입할 수 있다. 현재는 AI 산업의 ‘대장주’인 엔비디아(11.99%) 비중이 가장 높지만 향후 새로운 기업이 수혜주로 부상할 경우 해당 종목의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업계 ‘양강’인 삼성도 조만간 신상품을 내며 미래에셋과 진검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중 상장을 목표로 글로벌 AI 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를 준비 중이다. 2017년 삼성자산운용에서 분사한 삼성액티브운용은 그동안 본사의 액티브 ETF를 위탁 운용해오다 지난 8월 독자 브랜드 ‘코액트(KoAct)’를 출시하고 첫 상품인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를 내놨다. 출시 6일 만에 순자산 500억 원을 끌어모으며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올 초부터 미국 빅테크가 급등하면서 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ETF는 다수 출시됐지만 글로벌 AI산업을 전면에 내세운 ETF는 많지 않았다. 특히 액티브 ETF의 경우 올해 6월 상장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가 그간 사실상 유일한 상품이었다. 전세계적인 AI 열풍 속에서도 관련 금융상품은 부족했던 가운데 양대 운용사가 연이어 상품 출시에 나서며 투자 수요를 충족할 전망이다.
삼성과 미래운용이 모두 액티브 전략을 채택한 이유는 ‘운용의 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AI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수혜주가 나타날 때마다 이들을 빠르게 편입함으로써 높은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일반적인 패시브 ETF의 경우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탓에 지수 정기변경을 거치지 않고서는 신규 종목을 편입할 수 없다. 미래에셋운용의 관계자는 “AI 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 등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가 다르다”며 “해당 시점에 가장 적합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액티브 전략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빅테크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을 맞이하면서 출시가 한 발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AI 산업이 아직까지 초기 산업인 만큼 상품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운용은 이번 상품 출시를 위해 반 년 이상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ETF 시장에서는 같은 테마 ETF 중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이 목격된다”며 “출시가 늦어도 경쟁력이 높다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다”고 말했다.
한편 AI 열풍에 힘입어 업계 3, 4위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이달 중 AI 산업 관련 ETF를 일제히 상장할 예정이다. KB운용은 국내 AI·로봇 업체에, 한투운용은 국내 AI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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