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었다는 아파트 분양가…서울 '국평' 10억 넘은 사연은
서울·수도권 모두 분양가 고공행진
3.3㎡당 분양가 3000만원 넘어도 인기
주요 자재가격 급등 … 공사비 상승 압박
일부 사업지에선 공사비 갈등 봉합되기도
“전용 84㎡ 분양가가 11억원이란 소리에 ‘그럴 바엔 바로 기존 아파트(구축)를 사고 말지’란 말이 나왔는데, 구축은 더 비싸졌더라고요. 이젠 청약도 돈이 있어야 도전할 수 있는 건가 싶어 우울합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청약 단지에 도전한 직장인 A씨(37)는 높아진 분양가에 청약 포기를 고민했다고 한다. ‘나중엔 더 비싸진다’는 배우자의 설득에 청약을 넣었지만, 그마저도 높은 경쟁률 탓에 고배를 마셨다. A씨는 “서울 분양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무서워서 수도권에라도 일단 청약을 넣고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새 아파트 분양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서울에선 이른바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과거 고급 아파트에만 붙던 ‘고분양가’ 딱지가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기본으로 여겨지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선 높아진 건설자재 가격과 인건비 탓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부담이 커진 예비 청약자의 불만도 상당하다. 그러나 일부 정비사업지에선 높아진 공사비 때문에 발생했던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오히려 잠잠해지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은 ‘국평 10억’이 기본
분양업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단지는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래미안 라그란데’와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 강동구 ‘둔촌 현대수린나’ 등 10곳이다.
이중 전용면적 84㎡를 공급하지 않은 단지를 제외하고 전용 84㎡의 분양가를 확인해보면 10억원 밑으로 책정된 곳이 ‘둔촌 현대수린나’ 한 곳뿐이다. 나머지 9개 단지는 모두 분양가가 10억원을 넘겼다. 일부 단지는 10억원 이하로 분양가를 책정하기도 했다. ‘호반써밋개봉’은 전용 84㎡의 분양가를 9억9350만원으로 정하며 발코니 확장비 등을 옵션으로 책정했다. 다른 단지 역시 옵션비를 포함하면 모두 분양가가 10억원을 웃돌았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가 공개될 때마다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무리 서울 단지라도 전용 84㎡의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단지는 모두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롯데캐슬 하이루체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242.3대 1에 달했다. 88가구 공급에 2만1322건의 청약이 몰린 것이다. 래미안 라그란데 역시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10억9000만원에 달했지만, 1순위 경쟁률은 79.1대 1로 마감됐다.
서울 분양가 3.3㎡당 3179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당 501만원, 3.3㎡당 1653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69%, 작년 동월 대비로는 12.47% 올랐다. 서울 기준 전년 동기보다 평균 16.46%가 뛰었다.
HUG가 발표하는 월별 평균 분양 가격은 공표 직전 12개월 동안 분양보증서가 발급된 민간 분양사업장의 평균 분양 가격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당 분양가가 963만5000원을 기록했다. 3.3㎡로 계산하면 분양가는 3179만5500원에 달한다. 전용 84㎡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가는 10억5000만원인 셈이다. 분양가는 지난 7월과 비교하면 0.41%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46% 올랐다. 분양 물량이 줄면서 분양가가 소폭 하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여전히 상승 중인 셈이다.
수도권 아파트 역시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는 ㎡당 681만5000원, 3.3㎡당 2248만9500원이다. 지난 7월과 비교해 0.10% 하락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10.73% 늘었다. 5대 광역시와 세종시는 3.3㎡당 1703만1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3% 올랐다. 기타 지방 아파트 역시 1370만49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3.82%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선 고급화 이슈가 여전해 공사비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방 역시 미분양이 심각하다 하더라도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은 계속 오름세”라며 “이제는 ‘지금 분양하는 단지가 가장 싸다’는 생각하고 청약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재가격 급등 … 공사비 상승 불가피”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높아진 공사비 영향으로 기존 가격으로 분양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도 분양가를 조금 더 낮추면 저렴한 가격에 청약자가 더 몰린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렇다고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팔 수는 없다. 지금도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사업이 조금만 늦어져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건설사가 부담하는 공사비 부담은 크게 늘었다. 대한건설협회의 거래가격 동향에 따르면 보통(포틀랜드) 시멘트의 거래 가격은 이달 톤당 13만1600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12.9% 상승했다. 아파트 건설의 필수 자재인 고장력 철근 가격 역시 이달 톤당 88만5000원을 기록했다. 3년 전 같은 기간 가격(66만5000)과 비교하면 33%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공사비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공사비 갈등을 겪었던 주요 정비사업지는 ‘화해 무드’에 들어섰다. 시공사의 공사비 상승 요구에 조합원이 반발하며 시공 계약 해지까지 언급됐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도 공사비 상승을 요구하고 있어 계약 해지하더라도 공사비를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총회에 상정했지만, 부결됐다. 본 공사비 협상에서 3.3㎡당 445만원이었던 공사비가 4년 새 667만원까지 오르자 갈등이 커졌던 곳이다.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시공 계약 해지가 언급됐지만, 결국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등이 마무리됐다. 높아진 공사비 때문에 새 건설사를 찾는 것보다 기존 시공사와 재협상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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