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더 붐비겠네"… 대입개편에 '강남유턴' 불붙나
내신평가제 5등급으로 완화
1등급 학생 대폭 늘어나면서
학군지 수요 다시 확대 전망
특목·자사고 진학률도 영향
대학별고사 부활 가능성에
학부모 "학원 많은곳 유리"
"대치동 시대가 다시 열렸다."
전날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두고 11일 온·오프라인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200만명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고교 내신 평가제 완화로 1등급 학생이 늘어나면 대표 학군지인 서울 대치동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 강남·서초구의 중·고등학교는 상위권 학생이 포진해 있어 상대평가인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내신 평가 제도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많아져 학군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고교 내신 상대평가를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는 상위 4%가 내신 1등급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상위 10%가 받게 된다. 2등급 이상은 상위 11%에서 상위 34%로 대폭 확대된다. 그동안은 타 지역에서 높은 내신 평가를 받는 게 입시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상위권 학생이 많은 강남·서초구로 진학하는 것을 꺼려왔는데 이들이 강남권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강남권 학교뿐 아니라 그동안 내신 점수를 따기 어려웠던 외국어고, 국제고, 영재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학생 때부터 미리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대치동으로 진학하는 움직임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를 통해 서울시 25개 구별로 지난해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에 진학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치동이 속한 강남구에서 998명이 특목·자사고에 입학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에서 특목·자사고에 입학한 7895명 가운데 12.6%가 강남구 출신인 것이다. 강남구에 이어 국내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강남 3구인 서초구와 송파구, 목동이 속한 양천구와 학원 밀집지역인 노원구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대치동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교 내신제 완화로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고 수능 성적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시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이 더욱 각광받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신과 수능 모두 변별력이 떨어져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 대비를 위해서라도 대치동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이 보완책으로 심층면접과 논술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며 대치동을 지목했다. 이 밖에 "내신에서 2등급을 못 받으면 망한다" "저출산이 심각해 서울 외 지역은 성적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분출됐다.
입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치동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그동안 좋은 내신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치동을 꺼려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신 평가제가 완화되고 수능이 더 중요해지면 대치동으로 이사 가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수능 도입 첫해 분위기로 돌아가면서 20여 년 전 명문 학군 분위기가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연구소장은 "특목·자사고와 대치동 수험생들이 대입 제도에서 과거보다 덜 불리해지면서 학군지 중요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모집 비율이 40%기 때문에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군지로 가는 경우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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