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규모 6.3→6.3 연속 강진…“다 잃었다” 지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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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으로 상황이 나쁩니다."
지난 7일 규모 6.3 강진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 구호활동에 나선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타민드리 데 실바는 10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처참한 현지 상황에 대해 "파괴된 마을에서 건물 아래 깔렸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구하려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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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아프간]
“상상 이상으로 상황이 나쁩니다.”
지난 7일 규모 6.3 강진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지역 구호활동에 나선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타민드리 데 실바는 10일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처참한 현지 상황에 대해 “파괴된 마을에서 건물 아래 깔렸을지 모를 생존자들을 구하려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지진 하루 뒤인 지난 8일 이번 지진으로 2053명이 숨지고, 924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 뒤인 11일 에이피(AP) 통신은 헤라트 지역 관계자의 말을 따 2400여명이 숨지고, 2천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건물은 완전히 무너진 것과 일부 파손된 것을 더해 2천여채(8일 발표 1320채)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건물 아래 깔린 주민들도 많아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아프간을 통치하고 있는 탈레반 정부 역시 “수십개의 수색팀이 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상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재해 이후 생존자가 살아 있을 수 있는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은 이미 지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진 닷새째인 11일 새벽 1차 지진과 엇비슷한 크기의 대형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지질국(USGS)은 11일 새벽 5시11분께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원의 깊이는 10㎞이고, 몇차례 강한 여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7일 첫 지진 때도 여덟차례의 강한 여진이 이어졌고, 9일엔 규모 5 안팎의 큰 여진까지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대형 여진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구호단체들은 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하지만, 구조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지진이 발생한 산악 지역까지 중장비 이동이 힘들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정치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정권을 되찾은 탈레반은 △여학생 중고교 수업 금지 △여행 제한 △복장단속 강화 △공원·체육관 이용 금지 등 여성 인권을 경시하는 여러 정책을 쏟아내며 국제사회의 엄중한 제재를 받고 있다. 외부 구원의 손길이 부족한 상황에서 헤라트주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삽과 맨손으로 생존자 구조, 주검 수습에 나서고 있다.
구호 작업이 늦는 또 다른 이유는 7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해 아프간 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멀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재해가 발생하면 세계 주요 언론들이 현지를 찾아가 각국의 지원을 호소해야 하지만, 지난 2월 튀르키예 대지진, 지난 9월 모로코 지진, 리비아 탁류 참사에 견줘 후속 보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탈레반 정부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탈레반 정부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국제연합(유엔)과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여성 활동을 막아 국제사회의 도움을 되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 당국은 4월에도 아프간 현지 여성의 유엔기구 근무 금지령을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여성 직원들은 목숨을 살리는 구호활동에 핵심적인 일을 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제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세이브 더 칠드런의 한 관계자는 시엔엔에 “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며 “국제사회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헤라트의 어린이와 이들의 가족에게 등을 돌려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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