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머니 패션' 열풍 타고…한섬 또 메가브랜드 배출

'더캐시미어' 론칭 10년 만에
年 매출 1000억 돌파 유력
티 안 나게 富 과시 흐름 속
'캐시미어=겨울옷' 통념 깨

명품 혹은 신명품을 표방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와 스트리트 기반의 토종 브랜드가 양분하는 요즘 패션업계에서 국내 패션을 대표했던 전통 브랜드의 존재감은 약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성인용 기성복의 대표 주자인 한섬에서 연 매출 1000억원을 넘는 다섯 번째 ‘메가브랜드’가 나올 게 확실시돼 업계의 관심을 끈다. 한섬은 2009년 ‘타임’을 시작으로 ‘시스템’, ‘마인’, ‘타임 옴므’까지 총 4개의 메가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5개 메가브랜드의 산파 한섬

11일 한섬에 따르면 2014년 첫선을 보인 ‘더캐시미어’가 연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약 930억원으로 10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하지만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꾸준히 올리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공산이 크다는 게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더캐시미어는 캐시미어를 소재로 한 패션·잡화뿐 아니라 캐시미어 관리용 빗이나 세제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판매하는 특화 브랜드다. 현대백화점이 2012년 한섬을 인수하고 나서 만든 첫 브랜드이기도 하다.

더캐시미어가 나왔을 때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패스트패션(SPA)에 대한 싫증이 고개를 들던 시기였다. 수년째 이어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고급 소재로 눈길을 돌렸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드물게 니트 개발·생산·디자인을 전담하는 자체 조직을 운영하고 있던 한섬도 이때 캐시미어 브랜드 론칭 행렬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었다.

업계에서는 특정 소재에 특화한 브랜드가 1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 주목한다. 한섬은 캐시미어를 가을·겨울 시즌에 국한된 아이템이 아니라 계절에 상관없이 입는 ‘시즌리스’ 제품으로 구성하기 위해 여름용 제품을 늘리고 있다.

올여름(6~8월) 더캐시미어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51%로, 한섬 자체 브랜드 중 가장 높다. 이에 더해 올해 들어 크고 화려한 로고가 박힌 브랜드보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티 안 나게 부(富)를 과시하는 ‘올드머니’ 트렌드가 부상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가성비도 인기 요인

패션업계에선 더캐시미어의 재구매 고객 비율이 다른 브랜드의 두 배 수준인 50%에 달하는 점을 주목한다. 두꺼운 팬층을 구축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는 가성비가 꼽힌다. 니트 한 장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 버금가는 최상급 캐시미어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더캐시미어에서 사용하는 소재는 ‘로로피아나’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수입 캐시미어, 혹은 자체 개발한 최상급 캐시미어라는 게 한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더캐시미어의 여성 캐시미어 니트는 40만~60만원대로, 200만~300만원대인 로로피아나의 니트에 비해 훨씬 싸다.

매 시즌 신제품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 올드머니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을 뜻한다. 올드머니 룩은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한 상류층이 입을 법한 우아한 스타일의 의류로 올해 들어 유행을 타고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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