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레바논 남부 공습 돌입·확전 가시화···美, 핵항모 추가 급파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10.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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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지상전 임박···전선 확대 고조
이, 공군폭격 후 가자지구 진입할듯
바이든 "요격무기 등 추가 군사지원"
블링컨 국무 급파···비상대응책 착수
EU는 "국제법 위반" 전면봉쇄 반대
양측 사망자 수 2300명 이상 늘어
이스라엘군이 11일(현지시간) 레바논 접경지 인근 갈릴리에 탱크를 세우고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급파해 향후 군사 대응을 두고 긴밀한 조율에 나섰다. 이란 개입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 수립 등도 동시에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11일 레바논 남부 공습에 나서며 확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조 속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도 임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연합(EU)이 봉쇄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국제 공조에는 미묘한 균열이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순전한 악행(act of sheer evil)’이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은 이 같은 악의적인 공격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 해군의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하고 중동 지역 전투기 전투 배치를 강화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탄약과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방어 체계)을 보충할 요격무기들을 포함해 추가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마스의 공격을 겨냥해 “혐오스럽다” “피에 굶주린 행위는 이슬람국가(IS)의 광폭함을 연상시킨다”고 맹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두고 “대통령이 된 후에 공개 석상에서 가장 분노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직설적이고 과격했던 연설은 하마스의 잔혹성을 부각해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명분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이 이미 세 차례 긴밀한 통화를 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12일 이스라엘에서 고위 인사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국가 안보팀에 모든 긴장 악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이날 밝혔다. 이란 또는 헤즈볼라의 참전이나 미국의 공백을 노린 다른 형태의 도발 등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미 국방부는 아울러 지중해 동부에 도착한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전단 이외에도 두 번째 항공모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과 전단들을 2주 안에 이스라엘 부근에 집결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함이 제럴드포드함과 교대하게 될지 두 척의 항공모함 전단들이 지중해에 동시 배치될지는 향후 전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항공모함 두 척을 같은 지역에 파견하며 엄중 경고를 던지는 등 ‘확전 경계’를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현지 일간지 하레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대전차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레바논 남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레바논 남부 접경 서부 갈릴리 지역에서 자국을 겨냥한 대전차 공격이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여기에 헤즈볼라가 대원 3명 사망에 대한 보복성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레바논 또는 시리아발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에서 경보가 울리는 등 전선이 인접 국가와 하마스 외 이슬람 무장단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하마스 거점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도 갈수록 거세지면서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레바논과의 국경 주변에 탱크와 중화기를 집결시키는 한편, 인근 지역 자국민에게 72시간을 버티는 데 필요한 물자를 마련해 대피할 준비를 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저녁 가자지구 접경 인근에서 “공중에서 공세를 시작했고 나중에는 지상에서도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안보 관련 소식통 역시 “우리가 지불한 막대한 대가 때문에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공군의 폭격 이후가 될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가자지구 봉쇄를 둘러싸고 이스라엘에 힘을 싣는 미국과 달리 EU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EU 27개국 외교장관 간 비공식 외교이사회 직후 이스라엘의 방어권은 인정하지만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렐 대표는 이날 “(이스라엘의) 일부 결정은 국제법에 상충된다”면서 “외교장관 다수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및 식료품 공급 등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EU 회원국들은 또 불과 하루 전에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 즉시 중단’ 방침을 번복했는데 이는 이번 사태 대응 국면에서 EU 내부의 분열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폴리티코는 꼬집었다.

한편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에 이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하면서 팔레스타인의 민간인들은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탈출할 퇴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양측의 사망자는 2300명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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