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울먹인 '과기정통부 국감'…與野, R&D 예산 삭감 '집중포화'

세종=김인한 기자, 변휘 기자, 박상곤 기자 2023. 10. 1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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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정감사](종합) 민주당, 尹대통령 카르텔 발언 후 예산 졸속삭감 비판…국민의힘·과기정통부 "사실 아냐"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장관이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정부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를 일제히 지적했다. 여당은 R&D 카르텔 사례를 구체화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R&D 카르텔 발언 이후 예산이 졸속 삭감됐다고 비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R&D 삭감은 없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기정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올해 국감은 과방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포함해 여야 의원 20명이 모두 내년도 R&D 예산 삭감 문제를 지적할 만큼 'R&D 국감'으로 압축됐다. 특히 국민의힘도 내년도 R&D 예산 삭감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빈약하다며 과기정통부에 명확한 자료 제출과 대국민 소통을 요구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부처에 구체적 카르텔 사례를 요구했더니 ○○부 A 협회, ○○부 공동연구기관, ○○부 B 기술원 이렇게 제출했다"며 "과기정통부가 왜 카르텔 사례를 감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이런 기업·협회를 밝혀야 카르텔이 파괴된다"며 "과기정통부가 (카르텔적 요소를) 과감히 손질했다고 밝혀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R&D 예산 삭감은 과학계를 망가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지만, 과기정통부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하려는지 모르겠다"며 "R&D 카르텔이나 비효율이 있다면 명확한 개념을 정리해서 무엇인지 설명하고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시작을 알리고 있다. / 사진=김인한 기자

尹대통령 카르텔 발언, R&D 예산 삭감에 화력 집중한 민주당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과 야권 성향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윤 대통령의 R&D 카르텔 발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과기정통부가 지난 6월3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R&D 비효율을 걷어내라는 지시 이후 예산을 졸속 삭감했다며 이에 대해 화력을 집중했다.

박완주 의원은 "윤 대통령께서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카르텔 재검토를 지시한 후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 16%(5조2000억원) 삭감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며 "R&D 예산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연구개발 예산 삭감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1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R&D 예산 삭감 이후 현장 연구기관 연구자들이 떠나는 상황'에 대해 지적하자, 이종호 장관은 "그게 꼭 지금의 이슈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이에 대해 "장관님은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연구자 출신인데 후배들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얘기하냐"며 "미래세대를 위해 R&D 구조조정을 했다고 했는데, R&D 사업투자 최고 우선순위인 'S등급'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위기 때도 삭감되지 않았던 국가 R&D 예산이 갑자기 삭감됐다"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계신다"고 했다.

변재일·박찬대·이인영·정필모·조승래 민주당 의원 등도 내년도 R&D 예산이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졸속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국민 안전 관련 R&D가 대폭 삭감됐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과 고성이 잠시 오가기도 했다.

과감해진 이종호, R&D 논란 적극 방어하다가 국감 말미에 '울컥'
이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의 질의에 "잠깐만요" "전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런 이야기 누가 말씀하셨나요" 등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R&D 카르텔 발언 이후 내년도 R&D 예산이 50여일 만에 졸속 삭감됐다'고 지적하자 "대통령은 'R&D 카르텔' 발언을 하신 적 없고, 나눠먹기 근절을 언급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형배 의원이 '윤 대통령이 표현하기 힘든 거친 언어로 이 장관을 비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이 장관은 "여러 의견을 잘 경청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민 의원이 재차 '최근 주변에 그만두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고 들었다'고 묻자, 이 장관은 "그런 얘기 누가 그러던가요"라며 "제게 자료를 제출해 주시라"고 농담을 던졌다.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장관이 R&D 예산삭감 관련 질의에 우수 신진연구자 지원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 장관은 국가 R&D 예산 삭감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반발에 대해 "부모와 자식 간 용돈을 좀 줄여도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비유했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조승래 의원은 관련 발언을 듣고 "여유가 생기신 것은 좋은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가볍게 답변하시지는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죄송하다"며 "장관직에 하루하루 무거운 책임으로 임하고 있다"면서 자세를 낮췄다.

이 장관은 허숙정 의원으로부터 'R&D 예산 삭감으로 후배 과학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의를 받고 "그분들에게 문제가 생기게 하고 싶지 않다"며 "우수 연구시스템으로 좋은 R&D 산물을 줘서 그분들이 정말 경쟁력을 확보해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국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허 의원이 20초 발언을 더 주자 "제가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며 "정말 학생들이 걱정하는 문제가 없도록 잘 챙겨서 미래세대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울먹였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산하기관의 국정감사에서 중장기 R&D 감액에 대한 집중 질의를 받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뉴스1


세종=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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