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단체 “재중 탈북민 600명 강제북송”…통일장관 “확인해 대책 수립”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비롯해
외교 전략 문제 지적 불가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1일 중국 내 북한이탈주민 약 600명이 강제북송됐다는 소식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부 관계기관들과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가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통일부에서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직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답했다.
중국 공안이 지난 9일 밤 지린성과 랴오닝성 감옥에 수감돼 있던 약 600명의 탈북민을 전격적으로 북송했다고 조선일보가 중국 지린성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탈북민들은 트럭에 태워져 지린성 훈춘·도문·난핑·장백과 단둥 지역 세관을 통해 북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중국에서 코로나 기간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북·중 국경지역 변방대 등지에 수감돼왔던 탈북민 600여명이 지난 9일 저녁 8시경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북한 보위부가 직접 중국으로 와 호송에 관여하고 지휘했다”고 밝혔다.
북한정의연대는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작 전까지 북·중 양국의 협조 아래 암암리에 북송을 추진했다”며 “600여명의 탈북자들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종료되자마자 계획적으로 (북송이) 이뤄졌다”고 했다.
앞서 원코리아네트워크도 전날 보도자료에서 중국·한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600명의 탈북민을 투먼, 훈춘, 단둥, 난핑, 삼장, 그리고 다른 익명의 도시들을 통해 비밀리에 강제 북송했다”며 “최대 200명의 탈북민이 단둥을 통해, 나머지는 위에 언급한 다른 도시에 있는 국경시설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탈북자 인권 단체에서 공개한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도 국감에서 “계속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 사태에 대해 정부는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8월 해외 체류 주민들의 귀국을 허용하며 사실상 국경 봉쇄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구금된 2000여명 가량의 탈북민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정부는 그간 재중 탈북민 구금과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강제북송이 사실일 경우 북한인권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북한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치욕의 날”이라며 “이게(강제북송이) 사실이면 외교부·통일부 장관이 국민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천착하며 중국과 거리를 뒀던 현 정부 외교 정책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국감에서 제기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제북송이) 사실이면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와 외교 전략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일시적으로 중단된 적이 있다”며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유관 부처는 이럴 때 구체적이고 공식적이고 당당하게 (중국 정부에) 요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통일부의 대북 정보 역량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 보도로 사실관계를 인지했다는 김 장관 발언에 대해 “통일부가 정보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데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통일부에서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통일부 업무에 상당히 큰 빈틈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인정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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