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의 우려를 딛고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면서 공급망 체인에 있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역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소부장 주가를 억누르던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업사이클로 바뀌는 변곡점에 가까워진 만큼 소부장 주가가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7%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0.3% 하락하며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 반도체 소부장 지수는 3.21% 상승했다. 삼성전자에 비해 대다수 소부장 주가가 더 크게 오른 이유는 반도체 업황 조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그동안의 하락폭을 되돌리는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미국 마이크론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밝힌 이후 재고 처리를 위한 메모리 생산업체 감산과 설비투자 감소에 따라 부정적인 실적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1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적은 투자자들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생산업체들의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상승 사이클로 전환하는 시점에 이뤄지는데 이번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을 본 투자자들은 반도체 상승 사이클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에서는 2조7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메모리 부문에서는 약 3000억원의 적자를 내 당초 증권가 예상보다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수요가 많은 DDR5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투자가 올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진행된 후 내년 상반기부터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반도체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봤지만 세부 데이터를 보면 사이클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에 소부장주 주가가 세트업체보다 더욱 상승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주요 반도체 소부장 기업 중에서 주가가 급등한 곳은 HBM 생산 공급망에 관련된 기업들이다. 지난달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실현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았던 소부장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HBM3 추격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에 한 달 만에 제대로 반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오테크닉스는 6.7%, HPSP는 3.9%, ISC는 3.5%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을 위해 고성능 패키징 관련 후공정 투자에 집중하면 상대적으로 웨이퍼 제작·노광·식각 관련 전공정 투자들은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가 높아져 올 하반기에는 전공정주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11일에는 전공정 업체들도 일제히 올랐는데 반도체 칩 최선단 미세화와 관련한 기술 투자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웨이퍼 제조공정과 관련한 소재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은 7.4%, 식각공정 실리콘 부품을 생산하는 하나마이크론은 5.9% 뛰었다. 최선단 미세화 장비 공급 측면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은 주가가 6.1% 올랐다.

한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개선을 이끈 원인 중 하나가 디스플레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3.8% 상승했으며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덕산네오룩스는 2.06% 올랐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