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친교 쌓는 경로대학···돌봄 역할 늘릴때"

글·사진=김경미 기자 2023. 10.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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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교회 부설 무학경로대학 학장 맡고 있는 최계성씨
무학교회 부설로 36년째 운영
주 1회 다양한 교육프로 진행
건강 증진에 네트워크 기능도
정부·지자체 등 지원 이어져
더 많은 어르신 혜택 누렸으면
최계성 학장
[서울경제]

“경로대학에 오는 노인들이 아무래도 더 건강하지요. 사람을 정기적으로 만나며 건강한 관계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교회 주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이 더해져 지역 기반의 돌봄 커뮤니티로 제 역할을 한다면 더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최계성(사진) 무학경로대학 학장은 전국 대형 교회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로대학의 확장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 학장은 1989년 니트 제조 회사 세광택스타일을 창업해 국내 정상권의 골프 의류 전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성장시킨 기업가다. 평생 나눔의 삶을 실천해 온 최 학장은 현업에서 물러난 후 2017년부터 은퇴장로의 직분으로 무학경로대학 학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무학경로대학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자리 잡은 무학교회 부설로 1987년 처음 문을 열어 올해로 36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에는 청년부·소년부처럼 교회 내 부서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참가자가 많아지며 대학으로 규모를 키웠다. 최 학장은 “당시 장로 중 한 분이 고령의 어르신들에 대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사업”이라며 “지금은 대형 교회 대부분이 경로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선구자 격”이라고 말했다.

입학한 어르신들은 상반기 4개월, 하반기 3개월간 매주 1회 열리는 수업을 통해 학우들과의 친교는 물론 고전무용·미술·음악·레크리에이션·특강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또 65세부터 입학이 가능한데 한 번 입학하면 본인이 원치 않는 이상 졸업은 없다. 요즘 같은 고령사회에서는 졸업자보다 입학자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최 학장은 “수업을 못 했던 코로나 때 사람이 좀 줄어 올해 170여 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며 “가장 많았을 때는 220여 명까지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균연령이 86세로 최고령자는 98세의 어르신”이라며 “65~70세는 별로 많지 않아 70대면 여기서 막내”라고 웃었다.

최계성 학장

최 학장은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경로대학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우선 경로대학이 노인들의 실질적인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최 학장은 “고령자들은 집에만 있기 쉬운데 일주일에 한 번씩 경로대학을 오기 위해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생기고 건강해진다”며 “또 서로 건강과 식사 등을 챙기는 일종의 돌봄 네트워크도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울리며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장점도 있다. 최 학장은 “시험 봐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니 빈곤한 사람부터 풍요로운 사람까지 다양하게 모여 자유롭게 잘 어울린다”며 “교회라는 특수성 있는 공간에 모이시는 분들이다 보니 가진 사람이 조금 더 베풀고 서로 섬기는 식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로대학의 장점들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쉽지는 않다. 경로대학은 점심 식사부터 프로그램 운영까지 모두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비용은 교회 헌금이나 교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대부분 충당한다.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연간 180만 원 수준에 그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최 학장은 “매주 1회 진행하는 수업을 1회만 더 늘리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엄두가 안 난다”며 “특강을 맡아줄 강사도 지인들을 알음알음 섭외하다 보니 괜찮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 학장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경로대학이 가진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에 좀 더 주목해주기를 바랐다. 그는 “2025년 만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를 초과할 것이고 이들 상당수가 부족한 노후 준비로 빈곤·외로움·건강 문제 등에 맞닥뜨린 상황”이라며 “특히 고령층 1인 가구들이 정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회 공동체가 함께 돌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로대학은 교회에서 운영하지만 교인뿐 아니라 비교인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며 “종교를 넘어 지역 돌봄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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