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가구는 촌스럽다?···멋스럽고 쓸모있는 가구, 본질을 말하다

서지혜 기자 2023. 10.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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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서 집에 들여놓는 가구의 유행도 바뀌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멋을 드러내는 가구는 더 이상 어디서도 쓰일 수 없는 것일까.

가구는 사용할 수 없다면 아름다워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사실 어떤 작품을 제작해도 한국에 터를 잡고 산 사람이 만든 조형물은 서구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적인 가구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는 과정은 작가에게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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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3 '신식가구展'
송기두·나점수·정명택·방석호 4인
아름다움과 실용성의 균형 찾아
'한국적 가구' 새로운 시각 제안
4인의 가구 예술가가 보여주는 '한국적 가구'
실용성과 아름다움 균형 맞추는 작품 선보여
[서울경제]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서 집에 들여놓는 가구의 유행도 바뀌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 중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요즘 한국인들은 ‘핀란드식 인테리어'처럼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스타일만을 세련된 것으로 여긴다. 우리의 전통 가구는 설 자리를 잃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쓰임이 사라지고 있다. 가구가 고미술 작품이 되어 전시회장에만 놓여 있다면 그것을 가구라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의 멋을 드러내는 가구는 더 이상 어디서도 쓰일 수 없는 것일까.

조각가, 소목장, 가구디자이너, 아트퍼니처 작가가 그 답을 찾는 전시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3’에서 6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리는 ‘신식가구전’은 4명의 작가가 가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다.

송기두의 라운지 체어. 사진=서지혜 기자

전시는 자연스럽게 송기두→나점수→정명택→방석호의 순서로 흐른다. 가구 디자이너 송기두는 가구 전체에 감각이 흐르게 한다. 그는 “쓰임이 부족한 물건은 무용하다. 하지만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건 쓰임이 아니라 감각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제작한 가구는 실용적이다. 또한 그 가구를 사용하고 있는 이용자가 ‘이런 가구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요즘 스타일’이다. 등을 반쯤 눕혀 앉을 수 있는 파란색 목재 의자나 캣타워처럼 생긴 옷걸이는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사진을 찍어 SNS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작품)’하다.

나점수의 ‘무명_정신의 위치’. 사진=서지혜 기자

감각이 가득한 매끈한 목재 가구를 지나면 다소 거칠고 투박한 조각가 나점수의 식탁과 의자를 만난다. 그가 제작한 가구는 무겁다. 무겁고 표면이 거친 데다 속은 텅 비어 있다. 상판이 얇아 보여 시간이 지나면 뒤틀릴 수 있다. 이게 과연 사용하라고 만든 것인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가구는 사용할 수 없다면 아름다워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 그가 제작한 넓은 의자에 잠시 앉으면 그런 의문은 사라진다. 인간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맡기기에 충분할 만큼 안정적이고 안락하다.

정명택의 ‘돔’. 사진=서지혜 기자

한국적인 것이라 하면 대부분 목재 가구를 생각한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청동으로 돌덩이같은 의자를 만들어두고 ‘한국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작가다. 십 여 년 전 경주 구황동 황룡사 터의 초석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의자 ‘둠’은 오브제에 가깝다. 문득 정원이 있는 집에 두세 개의 둠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차가워 보이는 금속이지만 그 위에 올라앉은 가족의 모습은 따뜻하다. 아름답기만 한 가구를 사용하면 우리의 몸을 가구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쩌면 편견 아닐까.

방석호의 BC반닫이. 사진=서지혜 기자

네 명의 작가 중 가장 ‘실용’에 가까운 가구를 내놓은 이는 방석호다. 그는 목수다.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 가구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에 실용적이라고 말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 가구는 기물에 충실하다”라는 그의 말처럼 전시장의 다른 가구들보다 오히려 형태가 단순하고 장식은 구조와 기능에 충실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가구의 구성 요소를 가지면서도 전통의 정체성을 나타내지 않는 가구 세 점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세 점의 작품은 모두 전통가구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전시된 어떤 작품보다 가구 뒤 콘크리트 벽과 잘 어울린다.

한국의 멋을 드러내기 위해 꼭 전통으로 향할 필요는 없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사실 어떤 작품을 제작해도 한국에 터를 잡고 산 사람이 만든 조형물은 서구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한국적인 가구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는 과정은 작가에게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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