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왜 봐야 하나' 韓 남자배구 향한 실망감, 모두가 통감했다 "팬들에게 믿음을 더 드려야 한다" [미디어데이 현장]
한국배구연맹(KOVO)은 11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감독, 국내 선수,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순으로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한선수-링컨 윌리엄스-마크 에스페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허수봉-아흐메드 이크바이리-차이 페이창, 한국전력의 권영민-서재덕-타이스 덜 호스트-이가 료헤이, 우리카드의 신영철-김지한-마테이 콕-오타케 잇세이,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이민규-레오나르도 레이바-바야르사이한 밧수, KB손해보험의 후인정-황승빈-안드레스 비예나-리우훙민, 삼성화재의 김상우-노재욱-요스바니 에르난데스, 에디 자르가차 등 7개 팀이 모두 참여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첫 공식석상이었다. 한국 남자 배구는 2018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하위(1승 14패)로 그 아래 대회인 챌린저컵으로 강등되면서 이미 세계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아시아에서 열린 세 번의 국제대회를 통해 현저히 떨어진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지난 7월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3위, 8월 AV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로 마무리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당시 세계랭킹 73위 인도에 풀세트로 패한 것에 이어 51위 파키스탄에 셧아웃 패로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61년 만의 아시안게임 노메달이 확정됐다.
잇딴 참패에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임기가 끝난 임도헌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배구협회 남·녀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 배구팬들의 많은 실망감은 이달 14일부터 시작될 2023~2024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악재로 여겨졌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할 터. 한 배구팬은 선수들에게 올 시즌 V리그를 왜 봐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선수들의 답변도 사뭇 진지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멤버이자 세터였던 한선수(대한항공)은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로서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지만, 팬분들이 더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V리그서 좀 더 선수들이 발전된 기량을 보이고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믿음을 더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내보였다.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터로 활약한 황승빈(KB손해보험)은 "국제 경기를 통해 실망한 팬분들이 많다. 돌아오는 V리그를 보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세 대회 모두 대표팀 아포짓 스파이커이자 주포로 활약한 허수봉(현대캐피탈)은 "국제 대회에서 많은 걸 느끼고 경험했다. 팬여러분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돌아오는 시즌에는 재미있으면서 이기고 잘하는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베테랑 서재덕(한국전력) 역시 "국제 대회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린 만큼 좀 더 (실력을) 채워 나가고 반성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아시아쿼터로 들어온 이가 료헤이 선수를 통해 일본 배구도 배웠다. 그 경험을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V리그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아시아쿼터의 도입이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에서 보이듯 한국 배구는 더이상 선두주자가 아니다. V리그의 국제화와 국제 경쟁력을 위해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됐고 총 7명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미디어데이에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몽골 출신의 바야르사이한(OK금융그룹)과 에디(삼성화재)는 각각 인하대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선수답게 유창한 한국어로 통역 없이 직접 인터뷰에 임했다. 바야르사이한은 KOVO에서 마련한 QnA를 자신이 잘못 이해했다고 직접 오해를 푸는 생소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올 시즌에 임하는 한 마디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말하겠다. 한국의 한 시즌이 긴데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뜻"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 미디어데이에 나온 선수 중 라이벌이 있냐는 질문에는 에디를 지목하면서 "에디는 힘이 좋은 것이 장점이지만, 나보다 머리가 안 좋은 것이 단점"이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하지만 서로 "다치지 말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자"는 말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더스에서 활약하다 한국 무대에 도전한 리베로 료헤이(한국전력)는 한국과 일본 선수들의 서브 차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료헤이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강하게 때렸을 때 힘이 실려 있어서 힘들었다. 일본에서 서브 받았을 때는 숏서브가 많아서 그런 부분이 좀 달랐다"며 "2단 연결의 경우 일본은 네트에 가깝게 올려달라는 주문이 많았는데 한국은 네트에서 좀 떨어지고 위로 올려줬으면 하는 주문이 많았다. 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더 경험을 해봐야 할 거 같다"고 답했다.
청담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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