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누르기 본격화 …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줄인상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10.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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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도 가계대출 안 꺾여
9월 주담대 한달새 1.5조 껑충
KB국민·우리·하나 금리 상향
주담대 0.2%P·전세 0.3%P 쑥
더딘 예적금 금리 상승세에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듯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치자 시중은행들이 그간 꺼내 들지 못했던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주담대는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대출 상품이다. 금융소비자 관점에서는 "대출 금리 인상폭만큼 예금 금리도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점 등에 주담대 혼합형 금리와 변동금리(6개월)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는 0.2%포인트 올랐다. 이날 취급분부터 적용된다. 우리은행은 13일 취급분부터 주담대 5년 변동 상품에 대해 금리를 0.1%포인트 올리고, 그 외 상품 금리는 일괄적으로 0.2%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전세대출 금리는 0.3%포인트까지 오른다. 우리은행 측은 "일종의 우대금리인 본부조정금리를 축소 운영해 사실상 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1일부터 하나원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대출 상품인 '하나원큐 아파트론(혼합금리)'과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혼합금리)' 상품의 금리 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 조정했다. 금리 에누리를 줄이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현재 가계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한 금리 인상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측은 "주담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은 맞는다"고 전했고, 농협은행 측은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정 수준의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했거나, 인상을 준비한다는 게 시중은행들의 입장이다.

그동안 정부 당국이 서민대출의 대표 격인 주담대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 증가,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금리 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작년부터 지속된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를 좀처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출 과잉' 우려가 제기됐고, 금융당국과 5대 은행이 매주 금요일 '가계대출 동향 점검' 정기회의까지 열 정도로 심각성이 높다고 판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가계대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잔액은 550조8399억원으로 올해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주담대는 더 큰 폭으로 상승해 5월 414조9996억원이었던 잔액이 9월에는 5조원 이상 늘어나 420조6309억원을 기록했다. 전달인 8월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1조5143억원이나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가 고금리에 대한 공포를 누르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대출이 늘어나자 결국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금리가 인상되기 전에 이미 가계대출과 관련한 시중은행의 '제동 걸기'가 곳곳에서 감지된 바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논란이 된 50년 만기 주담대를 만 34세 이하에게만 내주는 쪽으로 규제를 걸었다. 미래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된 젊은 층에 한해 50년 초장기 만기 주담대를 내주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이미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라는 연령 제한을 두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 대출 상품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였다.

다만 은행권이 이처럼 주담대 금리를 잇달아 올린다면 예·적금 금리도 고금리 기조에 맞춰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가 은행의 예대 금리 차 고시였고, 윤 대통령은 취임한 뒤에도 사실상 독과점 성격이 있는 은행권에 대해 '지나친 이자 장사'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대 금리 차는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줄다가 6개월 만인 8월에 그 폭이 확대됐다. 8월 예금은행의 예대 금리 차는 1.45%포인트로 전달(1.43%포인트)에 비해 커졌다.

일단 금융권은 연말 적금 만기가 몰릴 때 수신 유치 경쟁이 붙으면 수신금리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를 예·적금 금리가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 예대 금리 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인혜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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