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20개월째 텅빈 투석실, 환자 없어 불꺼진 ‘52병동’
의사·간호사 정원 못 채우고, 병상가동률 40% 대 불과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영향, “정상화에 정부지원 절실”
인천지역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시의료원의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환자가 치료받아야 할 병상은 비어있고,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도 장기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11일 인천시의료원 본원 3층에 있는 ‘혈액투석실’은 간호사 1명이 30여개의 빈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혈액투석을 담당할 신장내과 의사가 없어 벌어지는 이런 상황이 지난 2022년 3월부터 1년 8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투석실에 있던 간호사는 “코로나19 이전엔 환자들로 가득했던 곳”이라며 “지금은 투석 장비가 고장나지 않게 관리 정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 심장내과의 경우 소속 의사가 없어 인근 상급병원 의사 2명이 1주일에 1차례씩 지원을 나오고 있다.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가 심장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심장내과 의사가 담당한다. 병원 입장에선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채용이 어려워 인근 다른 병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인천시의료원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18개 진료과 가운데 10개 진료과는 의사가 1명뿐이다. 이들 진료과는 의사가 학회 참석이나 휴가 등으로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 휴진해야 한다.
인천시의료원 관계자는 “신장내과와 심장내과 등 진료과목의 담당의사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민간병원에 비해 적은 연봉과 출퇴근 문제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사 정원 46명 중 현재 40명이, 간호사 정원 306명 중 23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지속해서 충원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혈액투석실과 같은 건물의 5층에 있는 간호·간병통합 병동 ‘52병동’도 불이 꺼져 있었다. 이 병동은 48개의 병상이 있는데,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병원 전체 병상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지자 운영비용 절감, 간호인력 운영 효율화 등을 위해 축소 운영을 결정한 것이다.
인천시의료원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병상 가동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2020년 2월) 이전엔 병상가동률이 평균 80% 대를 기록했지만, 지정 해제 후 16개월(2022년 6월~2023년 9월)간 평균 병상가동률은 45%에 불과하다.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소산조치로 의료원을 떠난 만성질환 등 환자들이 전원된 병원에 정착하고, 코로나19 전담병원 이미지가 여전해 신규 환자들이 찾지 않고 있다는 게 의료원측의 설명이다.
특히 낮은 병상가동률은 의료원 운영난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의료원의 의료손익(의료수익-의료비용)은 지난 8월 기준 192억원 적자로 파악됐다. 2019년 의료손익은 81억원 적자였다.
인천시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 전 상황으로 정상화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향후 3년간 55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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