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하청노동자 극단 선택…“장시간 노동·퇴사 종용”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부 제공

장시간 노동을 해온 LG헬로비전 외주업체 노동자 A씨가 지난달 6일 숨진 채 발견됐다. 노동조합은 장시간 노동과 퇴사 압박 등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LG헬로비전에 속초고객센터(외주업체)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LG헬로비전과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통신케이블 전송망 공사를 맡았던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지난 8월30일 이후 행방불명됐던 A씨는 8일 만에 강릉 모처에 있던 업무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가 공개한 지난 8월29일 A씨와 지인 간 통화 녹취록을 보면, A씨는 회사의 퇴사 종용에 분노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속초·고성·양양 지역을 담당하던 A씨는 지난 8월29일 강릉도 추가로 맡으라는 이야기를 접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한 동료는 최근 A씨 유족과 통화하면서 “(A씨가) 일에 치이니깐 집에 가서 잠자기 바빴다. 잠자고 바로 나와서 면도조차 못했던 때도 있었다”며 “토요일, 일요일도 없었다. 밤에 지나가다 만나서 물어보니 컵라면 사러 간다고 하더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해서 컵라면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가 공개한 지난 3월 A씨 급여내역서를 보면 변동OT(오버타임)가 ‘100시간’으로 적혀 있었다. 이승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부지부장은 “하청업체가 변동OT를 기록할 때 연장근로이니 실 연장근로시간에 1.5를 곱해 100시간이라 적은 것이라 가정해도 월 연장근로시간이 67시간이나 된다”며 “고용노동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한도 위반이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원청인 LG헬로비전은 속초고객센터를 하루빨리 퇴출시키고 소속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