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원 효과 과신해 안보 경계 늦춘 이스라엘의 오판 [사설]
이스라엘이 10억달러를 들인 최첨단 전자 감시망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움직임을 샅샅이 보고 있었으나, 오판과 방심 탓에 국경이 뚫렸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에 몇 주 동안 사전 연습하는 모습을 이스라엘 당국이 감시망을 통해 파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공격의 전조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의 신경을 건드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오판했다. 그 탓에 기습 공격을 허용했고 1200명이 넘는 이스라엘인이 사망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 당국의 오판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오판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지원의 효과를 과신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카타르는 2012년 이후 가자지구에 11억달러를 원조했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 주민에게 수천 장의 노동허가증을 발부했다. 가자지구보다 10배나 높은 급여를 받고 이스라엘 땅에서 일하도록 한 것이다. 하마스가 도발을 않는다는 게 조건이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극도로 낙후된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기에 도발이 없을 것으로 오판했다고 한다. 방심한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평화를 위해 북한에 경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지원이 끊기면 주민 삶이 타격을 입게 되므로 도발을 못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제정권은 주민 삶보다 정권 연장이 최우선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협상을 우려했다고 한다.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면 하마스의 경쟁자이자 온건 성향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경제 지원이 집중될 게 확실시됐다. 그렇게 되면 하마스 정권에는 큰 타격이다. 그래서 미리 기습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고 한다. 북한 정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 지원이 북한 주민에게 필수라고 해도 정권 유지에 득이라고 판단되면 도발을 선택할 것이다. 경제 지원 효과를 과신해 안보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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