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출신이라 잘 아는데" 희망브리지 협회장의 기막힌 '가짜뉴스' 활용법
송필호 재해구호협회장 국감 증인 출석…채용비리 의혹 부인
보복성 소송 지적엔 "신문 발행인이었기에 잘 알아, 가짜뉴스"
법원은 비리 의혹 제기한 언론 손 들어 "진실이고 공익에 부합"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중앙일보 부회장과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지낸 송필호 전국재해구호(희망브리지) 협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내부 비리를 보도한 언론사들에 보복성 소송을 강행한다'는 지적에 “가짜뉴스에 대한 소송이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도된 부정채용 등 각종 비리 의혹은 부인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채용 비리 의혹과 비판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보복소송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재해구호협회는 재해구호법에 근거해 각종 재난 때 국민성금이나 후원금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행안부가 협회의 관리·감독 의무를 지는데, 협회 이사진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방송협회, 신문·방송사 대표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KBS가 보도한 김정희 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의 육성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김 총장은 녹취 파일에서 “회장님은 완전 일임했어. 회장님 입장에서는 딱 하나의 지침만 주고. 돈을 얼마든지 써서라도 법무 소송 끝까지 갖고 가서 다리 뻗고 못 자게 해준다”라고 말한다.
송 협회장은 녹음 파일을 들은 뒤 자신의 지시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특히 소송 관련은, 저게 가짜뉴스에 대한 소송”이라고 주장했다. 송 협회장은 “가짜뉴스에 대해선 내가 신문사 발행인이었기 때문에 폐해를 잘 알고 있다”며 “무슨 수를 쓰든지 저걸 고쳐놔야겠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은 '팩트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소문이나 의혹 제기였기 때문에 명예훼손까지는 기각한다'는 게 바로 결론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송 협회장 증언과 달리 법원은 비리 의혹 보도들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재해구호협회의 각종 부당한 운영과 비리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한국일보, 더나은미래 손을 들어주며 “기사들은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것으로서 그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언급된 사실관계 역시 그 허위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데다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KBS에 따르면 재해구호협회는 1심 패소 뒤 비판언론에 소송을 제기하는 실익이 없다는 법무 조언을 받고도 항소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3년간 제기한 5건 소송을 2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송 협회장은 국감에서 최근 KBS가 보도한 김정희 사무총장 지인 채용 비리 의혹도 부인했다.
이 의원은 “(소송)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많이 했는데 거의 안 냈다. 채용 비리 관련해서도 자료를 요구했는데 내지 않았다”며 “(자료를 요구한) 의원실과 의원 비서관에 대해 응징, 보복 계획까지 세우고, 관련 대책 문건까지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송 협회장은 의혹 전반에 “사실 확인하는 대로 확실히 조치하겠다”면서도 “우리 김정희 총장이 내게도 숱하게 그런 얘기를 급하면 막 내뱉는데, 실제로 집행된 것은 내가 확인해보니 없다”며 “채용 비리도 실제로 그 양반이 하라고는 했겠지만, 실제 그 자체는 부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국회 증인으로서 말씀하시는 거냐”고 되묻자 송 협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재해구호협회에 대한 엄격한 검사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총장 육성 녹취파일 등 KBS를 통해 보도된 재해구호협회의 채용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추가 근거 자료를 공개했다. 열지 않은 회의를 날조해 법인카드로 식사비와 회의비를 지급한 정황 증거와 김 총장이 이상민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청문 통과 가능성이 높으니 다가가 작업하겠다'고 밝히는 녹취 파일도 공개했다.
이 의원이 “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 이타심의 발로가 성금이고 국민의 피 같은 돈이다. 이를 관리하는 협회가 비리 백화점 같다면 어떤 국민이 성금을 내겠느냐”며 “행안부가 사무검사만 할 수 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적어도 감사를 해야 한다”고 하자 이 장관은 “맞다”고 호응했다. 행안부는 협회 사무검사를 앞두고 있는데, 사무검사에선 관계자를 부르거나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 없다.
이 의원은 “감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고 사무총장 이하 관련자들을 수사의뢰하고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사 사항에 대해 종합감사 때까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사무검사를 실시해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고발조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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